가을 정취가 오롯이 담긴 한국의 정원 6선

안동 봉정사 영산암 마당 정원.

한국의 정원은 시간이 만든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제자리를 잡기까지 비우고 채우는 자연의 섭리가 작동한다. 정원은 단지 관상용이 아니다. 선비들의 숨은 이야기가 있고 정원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인 정원사의 땀이 섞여 있다. 정원을 거닐면 바람이 사각거리며 스쳐가고 울울한 대나무가 밤새도록 울어댄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가을에 더 가까이 하고 싶은 정원들을 소개한다.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 지은 화실 ‘진도 운림산방’
MMCA 과천 옥상의 야외미술 작품 ‘시간의 정원’
사랑하는 아내 위해 남편 직접 가꾼 ‘로미지안가든’
자연 속 아늑한 쉼터 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
한국의 10대 정원으로 꼽히는 ‘안동 봉정사 영산암’
월주가 서는 보름마다 시회를 열었던 ‘밀양 월연정’

진도 운림산방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사진제공 진도군청)
진도 운림산방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사진제공 진도군청)

◇남종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진도 운림산방

진도 운림산방(명승)은 ‘남종화의 대가’소치 허련이 말년에 낙향해서 지은 화실이다. ‘첩첩산중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는 뜻으로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진도에서 태어난 허련이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를 스승으로 모시고,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가 돼서 임금 앞에 나아가 그림을 그리는 최고 영예를 누린 이야기는 운림산방의 격을 높인다. 운림산방은 허련의 삶과 주변의 빼어난 풍광, 아름다운 남종화까지 산책하듯 만나는, 가을에 딱 어울리는 공간이다.

소치1·2관에는 허련부터 5대에 이르는 작품과 홀로그램, 미디어 아트 등을 선보여 여행자가 미술에 친근하게 다가갈 기회를 마련한다. 운림산방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30분(동절기 오후 4시 30분 / 연중무휴)이다.

 

과천 하늘에서 본 시간의 정원과 원형정원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제공)
과천 하늘에서 본 시간의 정원과 원형정원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제공)

◇사유의 가을 정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옥상정원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의 옥상에 ‘시간의 정원(Garden in Time)’이란 이름의 지름 39m 원형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자연의 순환’ ‘순간의 연속성’ 등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야외미술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작품에 투영되는 빛과 그림자가 변화한다. 자연의 감각과 예술이 공명하는 시공간을 표현했다. 1층부터 3층까지 나선형 통로를 따라 이동하며 미술관의 미적 경험을 주변으로 확장한다. 원형의 옥상정원뿐만 아니라 인근 청계산과 서울대공원 호수까지 포괄하는 작품이다. ‘시간의 정원’ 안에는 황지해 작가의 ‘원형정원 프로젝트 :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가 전시돼 있다. 옥상정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개방한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정선 로미지안.
정선 로미지안.

◇사랑이 깊어지는 정선 로미지안가든

강원도 정선에 자리한 로미지안가든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직접 가꾼 특별한 정원이다. 아내만큼 나무 한 그루, 돌멩이 하나도 소중히 여기다 보니 무려 10년 세월이 걸렸다. 이곳의 랜드 마크 ‘가시버시성’은 부부의 순우리말인 가시버시란 이름처럼 사랑과 믿음에 대한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베고니아를 1년 내내 감상할 수 있는 ‘베고니아하우스’도 특이하다. ‘프라나탑’과 ‘붉은자성의언덕’ 등 정원을 꾸미는 동안 느낀 깨달음을 풀어낸 공간이 다양하다. 전문가와 함께 ‘금강송산림욕장’에서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로미지안가든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다.

 

옥천 수생식물학습원 전망대
옥천 수생식물학습원 전망대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은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떠오른 명소다.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을 비대면 관광지’에 들어 널리 알려졌고, TV 방송을 타면서 옥천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학습원을 가꾼 주서택 원장은 오랫동안 목사로 활동하다가, 이른 퇴임 후 도시 사람들이 자연의 품에서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학습원은 대청호 품에 안긴 사색과 성찰의 공간으로, ‘수생식물학습원’이란 공식 명칭보다 ‘천상의 정원’이란 별칭이 잘 어울린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천상의 바람길’이다. 호젓하고 아기자기한 산책로 곳곳에서 불쑥 대청호가 나타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학습원이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대, 수련이 가득한 연못 등을 둘러보는 맛도 일품이다. 수생식물학습원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 일요일에 쉰다.

◇닫힌 듯 열린 마당 정원, 안동 봉정사 영산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안동 봉정사에는 부속 암자 영산암(경북민속문화재)이 있다. 우화루의 작은 문으로 허리를 굽혀 들어가면 우리 옛집과 마당이 어우러진 신세계가 펼쳐진다. 영산암을 구성하는 크고 작은 전각 6동 가운데 자리 잡은 마당에는 소나무와 배롱나무, 맥문동 같은 화초가 어우러져 무심한 듯 아름다운 정원을 이룬다.

‘한국의 10대 정원’으로 꼽히는 이곳은 3단으로 된 마당 아래쪽에 풀꽃이 있고, 가장 넓은 중간 마당은 바위 위에 솟아오른 소나무를 중심으로 배롱나무와 석등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삼성각이 있는 위쪽에서는 마당이 한눈에 보인다. 영산암(봉정사) 관람 시간은 오전 7시~오후 7시(동절기 오전 8시~오후 6시/연중무휴)다.

 

밀양 가을빛으로 물든 월연대 일원.(밀양시청 제공)
밀양 가을빛으로 물든 월연대 일원.(밀양시청 제공)

◇조선 선비의 낭만 별서 정원, 밀양 월연정

월연정(경남유형문화재)은 조선 중종 때 한림학사를 지낸 월연 이태가 관직을 버리고 낙향해 지었다. 쌍경당과 그 옆에 자리한 제헌, 월연정 등을 아울러 ‘월연대 일원(명승)’이라 부른다. 먼저 만나는 곳은 쌍경당. 쌍경(雙鏡)은 ‘강물과 달이 함께 밝은 것이 마치 거울과 같다’는 뜻이다. 쌍경당 옆에는 이태의 맏아들 이원량을 추모하는 제헌이라는 건물이 있다.

쌍경당 옆 얕은 계곡에 놓인 쌍청교를 건너면 월연정에 닿는다. 월연정은 앞면 5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한가운데 방이 하나 있고 사방이 마루다. 마루에 앉으면 가을빛을 안고 흘러가는 밀양강이 내다보인다. 보름달이 뜰 때 달빛이 강물에 길게 비치는 모습이 기둥을 닮아 월주경(月柱景)이라 하는데, 옛사람들은 월주가 서는 보름마다 이곳에서 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켄싱턴호텔 설악  가을 전경.
켄싱턴호텔 설악 가을 전경.

◇가을 단풍 맛집 · 켄싱턴호텔 설악

설악산을 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켄싱턴호텔 설악은 뛰어난 입지로 ‘가을 단풍 맛집’으로 손꼽힌다. 켄싱턴호텔 설악은 사계절 아름다운 설악산의 자연 경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호텔은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로, 총 108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애비로드 스카이라운지는 비틀즈 멤버 전원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기타, 존 레논이 직접 착용한 오리지널 수트, 폴 매카트니의 친필 악보, 비틀즈의 첫 골든디스크 등 국내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40여 종의 비틀즈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레스토랑 ‘더 퀸’에서는 영국의 로열패밀리가 보내온 왕실 연하장, 조지 6세의 친필편지, 윈저공작 부부의 사진과 친필사인 등 영국 왕실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품들이 마련돼 있다.

호텔의 각 층마다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 5층은 ‘스포츠 스타 플로어’로 야구, 축구, 농구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스타들의 추억이 가득한 소장품, 6층은 40여 개국 주한대사의 소장품, 7층과 8층은 각각 ‘싱어 플로어’, ‘무비스타 플로어’로 유명 가수들과 영화배우들의 작품, 기념사진, 친필 사인이 새겨진 기증품을 만날 수 있다.

켄싱턴호텔 설악은 호텔에서 완벽한 휴식을 위해 영국 콘셉트의 스위트 객실로만 구성된 ‘영국에서의 하룻밤 패키지’를 오는 12월 31일까지 선보인다. 패키지는 △스위트 객실 1박, △더 퀸 조식 뷔페 2인, △더 퀸 와인 파티 2인, △아메리카노 2잔(무제한), △비피터 하우스 투어, △설악산 입장권 2매로 구성됐다.

패키지에 포함된 조식과 와인 파티는 영국 왕실의 소장품이 전시된 레스토랑 ‘더 퀸’에서 이용할 수 있다. 호텔 내 전시된 영국 및 국내외 유명 스타들의 소장품과 관련된 역사와 스토리를 소개하는 ‘비피터 하우스 투어’를 운영한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신청은 프론트 데스크에서 할 수 있다. 예약 및 문의는 (033)635-4001.

/최병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