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겨냥 검찰수사 반발
전면 불참… 피켓 규탄 항의
대통령 들어서자 침묵 시위

윤석열 대통령의 25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반쪽 시정연설’이 됐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등에 반발한 민주당이 헌정사상 초유의 시정 연설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정연설은 국민의힘과 일부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이날 국회를 방문하기 전부터 여야 의원들 간 소란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로텐더홀 앞에서 “국회 무시 사과하라”, “이 XX 사과하라”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민생 외면, 야당 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 “국회 모욕, 막말 욕설,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의 규탄 구호를 쏟아냈다.

윤 대통령이 김진표 국회의장과 함께 국회에 들어서자 민주당 의원들은 피켓을 든 채 침묵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항의를 힐끗 바라봤을 뿐 별다른 언행없이 김 의장과의 사전환담 장소로 이동했다. 시정 연설에 앞서 진행된 여야 대표단이 참석하는 사전 환담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불참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시작하기 전 약간의 소란도 발생했다. 정의당 의원들은 의석에 ‘부자감세 철회! 민생예산 확충’ ‘이 XX 사과하라!’ 피켓을 붙여놓고 본회의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웬만큼 해라”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정의당은 “이 정도도 고마운 줄 아세요”라며 맞대응했다.

윤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된 후에는 박수소리만 들릴 뿐 별다른 소란은 없었다. 윤 대통령이 연설대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연설이 18분28초 이어지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총 19차례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튼튼한 국방력과 일류 보훈, 장병 사기진작을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발언하는 대목에서는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연설을 마친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무소속 양향자 의원 등 야당 의원들과 악수했다.

이어 국무위원들과 악수한 윤 대통령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국민의힘 의석 쪽으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일어나 손뼉을 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기도 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손을 맞잡고 귓속말을 나누는 장면도 목격됐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회의장석으로 가 김진표 의장과 악수한 다음 박수치는 여당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을 향해 한 차례씩 손을 들어 화답하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피켓 시위를 한 정의당 의원들은 연설이 끝나자마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윤 대통령과 마주치지 않았다.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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