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가 국가 모든 현안을 ‘정쟁(政爭)’으로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서민경제 지원과 정책개발에 국감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지만, 어제(4일) 처음 열린 국정감사장부터 소모적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이번 국감에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탈원전 정책을 집중 감사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부인 김혜경 씨의 다양한 범죄의혹에 대해서도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해외 순방 논란을 비롯해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및 주가조작 등에 대해 감사역량을 쏟을 전망이다. 대구·경북에서도 오는 12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을 시작으로 17일까지 행정·공공기관에 대한 감사가 진행돼 여야 정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서해 공무원 피격사망사건과 관련해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서면조사를 거부하면서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 위에 설 수 없다”고 했고, 윤 대통령도 4일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며 여당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감사원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번 국감에서 150여명에 이르는 기업인들도 출석시켜 정쟁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어제 열린 행안위 국감에서 포항제철소 태풍피해 원인을 캐겠다며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 것이 대표적이다. 모든 기업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쏟는 마당에 국회가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밥그릇을 깨려고 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심각한 안보위기도 겪고 있다. 북한은 어제도 동쪽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국회가 이달 내내 공직자와 주요 기업인들을 국감장에서 불러놓고 정쟁에 몰두할 경우, 우리는 눈앞에 닥쳐온 복합적인 위기를 견뎌낼 수 없다. 여야가 정쟁을 벗어나서 민생경제와 국익을 위한 협치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