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재 의원 국토부 등 자료 분석
국내 주요 정비사업 시공사들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물가상승 등 이유로 증액 요구

2019년 이후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시공사가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증액을 요구한 공사비 총액이 4조7천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포항북)이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주요 정비사업 시공사들이 설계, 건설 마감재 변경,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조합 측에 요구한 공사비 증액은 총 4조6천814억7천400만 원(총 54건)이었다. 이는 전국의 정비사업 단지에서 최초 계약한 공사비 기준 시공사의 요구로 늘어난 공사비를 합친 액수다.

건설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조합원 입장에서는 시공사가 요구한 증액분이 합리적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에 2019년 10월 시행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은 조합원 20% 이상 요청이 있거나 법이 정한 기준 이상으로 공사비 증액이 이뤄졌을 경우 정비사업 시행자가 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무적으로 요청하도록 했다. 조합을 대신해 부동산원이 외부 전문가와 함께 자료 검토와 현장 실사를 통해 시공사의 요구액이 적정한지를 판별해주는 방식이다.

부동산원이 2019년부터 지난 7월까지 검증을 요청받은 54건(4조6천814억7천400만 원)을 분석한 결과, 증액 공사비 적정액은 3조4천887억2천900만 원이었다. 시공사가 요구한 액수의 75% 정도에 그친 것이다.

이러한 시공사들의 ‘뻥튀기’ 증액 요구 관행은 부동산 시장에서 정비사업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원에 검증을 의뢰한 건수가 2019년 3건에서 지난해 22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이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16건에 대한 검증이 진행됐다.

공사비(6천억 원) 증액 문제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으로 공사 중단 사태까지 이른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단지가 대표적 사례다.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는 2020년 3월 부동산원을 통해 공사비 검증을 받았다.

부동산원의 검증 결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과도하게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도 공사비를 낮춰야 할 의무는 없다. 건설사들이 버티면 갈등 해소가 어려운 구조다.

김정재 의원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공사비 계약은 사인 간 거래인 만큼 국가가 강행 규정으로 다루긴 어렵다”면서 “한국부동산원에 ‘갈등중재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시공사와 조합이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의원은 이 같은 취지에서 도시정비법 개정안 발의에 나설 방침이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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