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온作 ‘침묵의 공간’

육십갑자 중 열여덟 번째에 해당하는 신사(辛巳)다. 천간(天干)은 신금(辛金)이요, 지지(地支)는 사화(巳火)다. 신금(辛金)은 음간의 금(金)이다. 다이아몬드처럼 예리하고 빤짝이는 것으로, 원석덩어리 경금(庚金)과는 완전히 다르다. 사화(巳火)를 만나서 불빛이 보석을 비쳐주니 아름다운 형국이다.

신사일주(辛巳日柱)는 합리적이며 성실하고 품격이 넘치는, 말 그대로 신사(紳士) 숙녀(淑女)다. 사회의 법과 질서, 규칙을 잘 지키려고 하는 깔끔한 스타일이다. 남녀 공히 반짝이는 보석같은 존재로, 흠집이 나는 것을 제일 싫어하고 남의 시선을 많이 인식하기 때문에 체면이 구겨지거나 자신의 품위가 손상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일지(日支) 신사(辛巳)는 정관(正官)으로 반듯한 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사고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여자는 배우자 궁으로 정관이 남편에 해당되므로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기에 자신도 반듯하고 남편도 올바르고 좋은 성품의 남편을 만나니 좋은 일지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기 때문에 콧대가 높고, 외모적으로는 미인들이 많은 일주에 해당된다.

60갑자 중 정관(正官)에 해당하는 일주는 신사, 정해, 경오, 병자. 네 가지 밖에 없다. 물론 일주만 보고 말하기 때문에 다른 년주, 월주, 시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여성에게는 참으로 행운의 일주이기도 하다.

옛날에 결혼 적령기의 딸을 가진 제(齊)나라 사람에게 두 집안으로부터 동시에 청혼이 들어왔다. 동쪽에 있는 집의 아들은 못생겼으나 돈이 많고, 서쪽에 있는 집의 아들은 잘생겼지만 매우 가난하였다.

부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딸에게 스스로 결정하라고 하면서 “만약 누구라고 분명하게 이름을 밝히기 거북스러우면 한 쪽 팔소매를 걷어 올려라. 그러면 우리가 알아차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잠시 망설이는 딸이 두 팔의 소매를 모두 걷어 올렸다. 부모들은 이상해 하며 “그것이 무슨 뜻이냐”라고 물었다. 딸이 “저는 밥을 동쪽 집에 가서 먹고, 잠은 서쪽 집에서 자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풍속통의 ‘예문유취’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미인이라지만 자기 스스로에 도취되어 사리분별을 하지 못한 결과이다. 인생에서 불가피하게 양자택일 할 경우를 평소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신사일주(辛巳日柱)는 대기업, 공기업처럼 안정적인 직장생활에 잘 맞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할 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인정을 받는다. 자영업이나 사업은 잘 맞지 않는다. 육체적인 일보다는 좋은 머리를 이용하여 정신적인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신사일주(辛巳日柱)에 신금(辛金)은 방위로는 서쪽이요, 색깔로는 흰색이다. 일명 백사(白蛇)라고 한다. 사화(巳火)는 권력의지가 강하다. 활동적이며 정열적이다. 개성이 뚜렷하나, 끈기가 약한 편이다. 간교한 지혜로 남을 모함할 수 있으며, 그 때문에 혼자 괴로워하는 경향이 많다. 여성은 자식에 대한 집착이 강한 면을 보인다. 신금의 날카로움은 대인관계에 있어 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많다. 진정한 용기는 관용이다.

중국 작가 루쉰(1881∼1936)의 잡문 ‘뇌봉탑이 무너진 데 대하여’에서 백사(白蛇) 이야기가 나온다. 허선이라는 사람이 푸른 뱀과 흰 뱀, 두 마리를 구해주었다. 나중에 흰 뱀은 여인으로 변하여 은혜를 갚으려고 허선에게 시집을 왔고, 푸른 뱀은 여복(女僕)으로 변하여 함께 따라왔다.

법해선사라는 득도한 스님이 허선의 얼굴에 요사한 기운이 도는 것을 보고, 허선을 금산사의 불상 뒤에 숨겨 두었다. 백사 낭자는 남편을 찾으러 오자, 마침내 법해의 계책에 말려들어 자그마한 바리때 속에 갇히고 말았다. 바리때를 땅 속에 묻고 그 위에 짓누르는 탑을 하나 세우니 그것이 바로 뇌봉탑이다.

루쉰은 생각한다. 스님이라면 제 염불이나 하면 될 일이다. 흰 뱀이 스스로 허선에게 반했고, 허선은 스스로 요괴를 아내로 맞이했는데, 다른 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스님이 기어이 불경을 버려두고 공연히 시비만 일으켰으니 아마도 질투심을 품었기 때문일 것이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나중에 옥황상제도 법해가 쓸데없는 짓을 했고, 무고하게 생명을 해쳤다고 나무라면서 법해를 처벌하려 했다. 법해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가 마침내 게 껍질 속으로 숨어서 화를 면하게 되었는데, 감히 나오지 못하고 그렇게 지낸다고 한다. 루쉰은 옥황상제가 한 일 가운데 마음 속으로 불만을 품은 것이 매우 많았지만, 오직 이 일만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뇌봉탑(벽돌 탑)이 무너진 까닭은 시골 사람들이 미신에 따라 그 탑의 벽돌을 자기 집에 가져다 놓으면 모든 일이 평안하고 뜻대로 되며, 흉조가 길조로 바뀐다고 믿고서 너도나도 파가는 바람에 무너졌다. 나라의 초석을 몰래 파가는 사람들이 지금도 얼마나 되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 중국 절강성 성도 항주에 경치가 아름답기로 이름난 서호(西湖)에는 무너진 뇌봉탑 잔해 위에 새롭게 7층탑으로 복원되어 있다.

인생의 성공이나 실패는 운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운은 단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노력이 따르는 탁월한 행동이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요행만 바라는 행동은 불행을 불러올 것이다. 인간의 미덕 가운데 꾸준히 행동하는 미덕만큼 안정성을 갖는 것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