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도로 곳곳 육안 관찰”
포항~경주~울산으로 이어지는
영남 동해안권 피해 가장 심각
‘정부, 방제 포기했나’ 우려 커져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일원에 번진 소나무재선충병이 녹색연합의 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오후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야산 곳곳에 말라죽은 소나무가 늘어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소나무재선충이 전국으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고 포항과 경주, 울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안지역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26일 본지 보도<8월 22일자 1면> 이후 최근 우리나라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실태 현장 조사를 통해 심각한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실태를 공개했다. <관련기사 7면>

이날 녹색연합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북과 경남은 물론이고 경기도와 강원도를 비롯해 대도시인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부산광역시 등에서도 소나무재선충병이 대규모로 확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 포항과 경주, 울산, 부산으로 이어지는 영남 동해안이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특히 경주시의 경우 남산 등 세계유산과 문화재보호구역 내에서도 재선충병이 확산하고 있어 방제가 시급하다는 것.

경남 밀양을 중심으로 창녕, 김해, 창원, 진주, 거제, 통영 등 서부 경남 전체의 소나무숲에서도 재선충병 감염목이 넘쳐나고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비롯해 도시녹지와 주요 산지 곳곳도 감염목이 즐비하다는 것. 특히 수도권까지 올라와 경기도 남양주, 양평, 가평, 포천 등지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강원도 춘천과 홍천 등으로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소나무 200만 그루 이상이 재선충병에 걸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재선충병이 가장 심각했던 2014년과 비슷하거나 더 심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녹색연합은 “1988년 소나무재선충병이 국내에 유입된 뒤 도로나 철도 주변에서 감염된 소나무가 관찰된 적은 거의 없었지만 현재는 도로 곳곳에서 육안으로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세는 올봄부터 확인됐으나 산림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망만 하고 있다”면서 “전문가 사이에선 ‘정부가 방제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감염된 소나무는 이미 3~5년 전부터 피해가 시작된 것으로 보면 된다”며 “그동안 제대로 된 대책을 하지 않다 보니 지금 수면위로 피해 현상이 확 올라왔다”고 진단했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지난 1988년 부산에서 시작돼 2004년 전후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특히, 2014년 한해에 200만 본이 넘는 소나무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에 산림당국은 소나무재선충병을 국가적 재해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했고, 2016년을 거치면서 피해목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0년을 전후해 다시 피해지역이 넓게 퍼지기 시작했고 소나무재선충병의 조사와 감시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시·도와 시·군은 2014년과 달리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또한 예찰부터 방제, 평가에서도 감염목이 대거 누락되는 등 행정당국의 재선충병에 대한 안일한 대처가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정부와 자치단체, 산림당국의 소나무 재선충병 대응시스템이 느슨해져 있다”며 “재선충병으로 인한 산림재앙을 막기 위해 정부가 소나무재선충병을 ‘국가적 산지 재해’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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