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 전국 확산
경주 문화재보호구역 내 감염 확인
소나무 분포 경북주요도시 초토화
한해 200만 그루 피해 재연 우려에
지역 전문가 “올 봄부터 관찰됐다”
지자체 대응 인력·예산 모두 부족
재해위험 매우 큰 지역 사수하되
확산 인정하는 현실적 대책 필요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해안도로 인접 야산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말라죽어 있다. /이용선기자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해안도로 인접 야산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말라죽어 있다. /이용선기자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경북과 경남은 물론이고 경기도와 강원도 등 서울춘천고속도로를 따라 수도권으로까지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대도시인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부산광역시 등도 감염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다.
 
녹색연합은 본보 보도 이후 전국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 실태 현장조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현장 조사 내용에 따르면 감염 정도가 가장 심각한 곳은 경북 포항∼경주∼울산∼부산 등지로 이어지는 동해안 감염벨트로 확인됐다. 
 
특히 경주의 세계유산과 국립공원, 안동의 문화재보호구역 등지에도 붉게 물들어 단풍 든 것 같은 소나무들이 즐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춘천고속도로와 남양주, 양평, 가평, 춘천 등지와 중앙선 철도 청량리∼서원주 구간에도 재선충병에 걸려 붉게 타들어 가듯이 죽어가는 소나무가 곳곳에서 관찰됐다. 녹색연합은 현재 상황은 소나무 재선충병이 가장 극심했던 2014년 상황을 능가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대구 경북 재선충 감염 피해 심각
 
현재 소나무 재선충병이 가장 심각한 경북 포항∼경주∼울산∼부산 등지로 이어지는 동해안 감염벨트는 곳곳이 보기 흉할 만큼 맹폭됐다. 이곳은 동해안을 이동해 보면 도로와 시가지에서 손쉽게 제선충이 관찰도 정도로 감염이 길고 넓게 퍼져 있다. 포항과 경주의 경우 해안선은 물론 내륙의 산지까지 소나무가 단풍든 것처럼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상태다. 산속에 들어가면 지난 겨울에 조사한 감염목을 그대로 내버려 둔 곳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경주의 경우 세계 유산과 문화재보호구역내에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목이 퍼져 있다. 경주 남산은 국립공원이면서 세계 유산인데 남산의 능선과 사면에는 곳곳에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죽어 있다. 감염목들은 잎이 붉게 변하면서 타들어가 회색빛 가지만 남은 채 집단으로 고사했다. 그렇지만 문화재청, 산림청, 경상북도, 경주시, 국립공원공단 등 남산의 소나무와 관련 있는 행정기관들은 모두 손을 놓고 있다.

포항에서 영천을 거쳐서 대구광역시, 고령, 의성, 안동까지 소나무가 분포하는 경북의 주요 도시 곳곳에도 소나무 재선충병이 확산되고 있다. 안동은 세계유산을 비롯해 문화재가 곳곳에 있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나 소나무 재선충병은 안동 산림 전체로 번지고 있다. 

대구와 구미 등지에도 우려 수준을 넘었다. 중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 곳곳에서 쉽게 소나무 재선충병의 감염목을 볼 수 있다. 대구광역시는 아파트 단지와 시가지에서도 감염돼 죽은 소나무가 적잖다.

녹색연합은 “포항과 경주를 비롯해 경북의 주요 도시들은 지난 6월부터 산 전체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목이 확인되고 있었다. 하지만,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대책을 총괄해야 하는 경상북도, 울산, 부산 등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모두 상황을 관망만 했다”며 “세계유산과 국립공원을 이렇게 관리해도 되는지 안타까울 지경이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경남, 강원 등 전국 확산
 
경상남도의 상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밀양을 중심으로 창녕, 김해, 창원, 진주, 거제, 통영 등 서부 경남 전체의 소나무숲 사이 사이에 재선충병 감염목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비롯해 도시녹지와 주요 산지 곳곳에 재선충이  침범했다. 하지만, 국가적 산지 재해라고 하는 소나무 재선충병 대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치단체는 없다. 

녹색연합은 우려스러운 것은 수도권이라고 했다. 경기도 남양주, 양평, 가평, 포천 등지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것. 여기에 더해 강원도 춘천과 홍천 등으로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강원도 춘천으로 연결되는 중부권 벨트에 소나무 재선충병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으나 경기도와 강원도 모두 감염목의 실태조사와 방제에 소극적이라고 밝혔다.

소나무재선충에 밝은 지역의 전문가들은 이런 양상은 올봄부터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소나무는 상록수로 연중 늘 푸름을 유지하는 나무여야 하나 전국 곳곳에서 마치 가을 단풍 든 것처럼 소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돼 숲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확산이 심각한 광역과 기초 지자체의 산림 당국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나서기에는 현재 무리이고 역부족이라고 했다.  현재 정부마저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데 인력과 예산,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지자체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소나무 재선충병 대책

소나무 재선충병은 지난 1988년 부산에서 시작돼 2004년 전후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리고 2014년을 전후해 경상북도, 경산남도, 제주도 등의 소나무숲을 위협하며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당시 한해에 200만 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됐다.

산림 당국은 소나무재선충병을 국가적 재해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을 했다. 2016년을 거치면서 피해목이 줄어는 추세도 보였다. 그러나 2020년을 전후해 다시 피해지역이 넓게 퍼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소나무재선충병의 조사와 감시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산림청을 비롯 시도와 시군은 소극적이 대응으로 일관했다. 실제 소나무 재선충병 대응시스템이 느슨해지면서 예찰부터 방제, 그리고 평가에서도 누락된 감염목이 갈수록 늘어났다. 특히 정부가 소나무 재선충병을 ‘국가적 산지 재해’로 규정하고 대응을 천명했으나 이런 기조와 달리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는 소나무재선충병의 대응에서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전국의 주요 소나무숲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은 활발하게 퍼져갔고 현재 산림이 골병든 상태다. 녹색연합은 지난 1988년 한반도에 감염이 유입된 이래 도로와 철도변 도심 곳곳에서 쉽게 관찰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비일비재하다면서 그 자쳬가 재선충의 현주소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나무 재선충병에 대해서 이제 근본적 접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분석했다. 소나무를 지켜야 할 보호구역과 재해 위험이 매우 큰 지역은 사수하되 나머지 소나무숲은 재선충병의 확산을 받아들이고 확산을 인정하는 정책 등 현실에 맞는 대책이 나와야 하고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연합은 “정부가 소나무를 재선충병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면 이렇게 확산을 버려둬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현장의 상황은 ‘정부가 소나무 재선충병 포기 출구 전략을 찾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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