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왜 여기서만 만날까

누가 우리를 풀었나

나는 탐지견

경수로 안의 실험용 쥐

살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날려 보낸 새

(중략)

위험한데 비명을 지르지 않아서

여기가 아니라고 울부짖지 않아서

우리가 터지지 않아

따라오던 아이들이 다 죽은 날

우리의 인내는 협상이 되고

상호 거래를 위해 은밀히

조직된 대원들이 선두에 섰다

남다르다는 건 무슨 말일까 (부분)

시인에 따르면 이 시대의 전위가 할 일은 “살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날려 보낸 새”처럼 위험을 선취하여 경고음을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전위는 “여기가 아니라고 울부짖”으면서 폭탄처럼 터져야 했지만, 우리 시대엔 그 일을 해내지 못했다는 것이 시인의 진단이다. 결국 전위는 상호 거래하기 위해 ‘선두에’ 서 있는 존재로 전락해버렸다는 것, 전위가 되고자 했던 세대의 자기반성을 보여주는 시로 읽힌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