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경북관광공사·농어촌공
40여년 전 매설 노후하수관 방치
시설관리·처리량 체크 전혀 안돼
관계기관들 책임회피 급급 ‘비난’

속보 = 경주보문단지 내 오폐수 보문호 무단방류사고는 40여년된 300mm 작은 관이 주변 숙박업소와 리조트 시설 등에서 배출되는 오폐수의 용량을 견디지 못하고 역류해 발생한 것으로 미리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다.

경주 보문단지 내 산책로에 오폐수관이 파손되어 분뇨 등 수만t의 오물이 보문호수로 무단 방류되면서 관광객과 시민이 악취로 큰 불편을 겪은 것과 관련<본지 15일, 22일 보도> 이번 오폐수 무단방류 사고는 책임기관인 경주시를 비롯해 경북문화관광공사,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가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도 대책없이 그대로 방치해온 결과가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호텔 뒤편에 조성된 산책로 배수로를 통해 수만t의 오물이 무단으로 보문호수로 방류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1979년 경주 보문관광단지가 조성될 때 매설한 오폐수 관로를 한 번도 교체하지 않고 약 40년 정도 그대로 사용한데 따른 예견된 사고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처럼 경주보문단지 오폐수 관로 시설의 노후화와 적정 처리량이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관계기관들간 이제껏 협의 한번 없었고 대책 마련에도 무관심했던 것으로 드러나 관리소홀이 초래한 인재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경주보문단지는 40년전 호텔과 콘도 등 7천여 객실의 오폐수 처리를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이후 블루원리조트, 캘리포니아비치, 경주엑스포공원, 천군동 쓰레기매립장, 손곡동 지구, 북군동 펜션 단지 등의 오폐수가 모두 신당천 하수관로로 이어지는 이 관로에만 의존하고 있어 처리에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

이번 보문호수 오물 유입 당시 태풍의 영향도 있었지만 추석연휴 등으로 숙박객이 넘쳐나면서 오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적정량을 넘어 가압장 시설에 역류 등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투숙객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연휴기간에도 오폐수 역류 현상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재 오폐수 관로시설 개선에 가장 시급한 조치로는 경주월드에서 라한호텔까지 해당하는 3㎞ 구간의 관로 교체 등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경주시와 경북문화관광공사,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 등 관계 기관은 사전에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협조 요청이나 시설 개선은 전혀 진행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보문단지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오폐수 처리량을 넘어서 역류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수관로 책임기관인 경주시에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며 “보문호 수질 관리도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이번에 방류된 오물 등 부유물 등을 처리하지 않아 직접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시민 장모(황성동·42) 씨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 정상회의) 경주 유치에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보문관광단지 숙박시설인데 국제행사의 수많은 해외 내빈과 대규모 관광객 등이 보문관광단지를 방문했을 때 보문호에 오물이 역류해 방류되는 사고가 또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관계기관의 늑장행정을 질타했다.

한편 경주시는 사고가 난 후, 특수차량을 동원한 응급조치로 오물 역류 현상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고 후 책임을 회피했던 경북문화관광공사는 공동관리비를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세입·세출자료 공개를 거부해 논란이 됐었다.

또 사고 발생 이후 수만 t의 오물이 보문호에 방류된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는 현재 수질검사 만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돼 보문호수 오물 방류로 인한 형산강 수질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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