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지로 어울리는 봉화 계서당.
하늘이 파랗고 구름이 아늑한 가을날, 누렇게 변해가는 들녘을 걸으며 사색과 함께 로맨스 주인공 이몽룡의 찾아 계서당으로 향한다.

따사로운 햇살과 이따금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춘향이 볼처럼 붉게 익어가는 과수원을 지나 솟을대문이 보인다. 이곳은 봉화 물야면 이몽룡이 살던 곳 계서당이다.

조선 광해군 5년(1613년) 계서 성이성(이몽룡) 선생이 살던 곳으로 남원부사를 지낸 부용당 성안의 아들로 문과에 급제한 후 6개 고을의 수령을 지냈고, 네 번이나 암행어사로 등용되었다.

소박한 농촌 풍경에 은은하게 다가오는 역사의 향기와 춘양전의 주인공 이몽룡과 성춘향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조선 최고의 로맨스이자 4대 국문소설의 하나로 꼽히는 춘향전의 실존 인물 이몽룡은 남원부사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남원에 머무르는 동안 기생과 사랑을 나누었고, 수년이 흐른 뒤 암행어사가 돼 호남지방을 순행하다가 남원을 찾게 된다.

이몽룡은 옛 연인을 만나려 했지만, 사랑했던 그 기생은 새로 부임한 사또의 수청을 거절해 옥사 또는 처형당했다고 전해진다. 이몽룡은 늙은 기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잠을 못 이루고 소년 시절의 옛 연인을 회상했다는 ‘계서선생일고’ 대목이 있다.

성섭(성이성의 4대손)이 쓴 ‘필원산어’에 암행어서 출두사건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술독에 아름다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소반 위에 기름진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진다.

춘양전의 형성 요소 절반이 역사적인 사실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알 수 대목이다. 소년 시절의 첫사랑을 떠올리며 성이성의 살았던 계서당 마루에 걸터앉아 로맨스를 떠올린다. 계서당 뒤뜰 500년 넘은 소나무는 성이성의 연정을 알고 있는 것일까?

넘어질 듯 90도로 휘어진 소나무는 세월에 무게에 휘어진 것인지, 춘향이 그리는 마음에 남원쪽으로 굽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긴 세월을 잘 버티고 있다.

계서당은 6칸 규모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을 사이에 두고 중문 간채와 연결된 사랑채가 정면에 있는 ㅁ자형이며, 계서당과 춘우재 그리고 부용당, 사당 등이 있다.

이몽룡과 춘향이의 로맨스를 들여다보며 아껴둔 유년 첫사랑의 그림자도 밟아보는 가을 여행은 어떨까? 오랜 세월의 멋을 느끼게 하는 계서당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가을 향기 따라 아날로그 감성으로 빚어낸 추억 소환도 좋겠다.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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