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외교 현장에서 일하고…’

권태균 지음·도서출판 BMK 펴냄
사회과학

중동의 정치, 문화, 비즈니스에 대한 생생한 체험과 외교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권태균 전 아랍에미리트(UAE) 대사의 ‘아부다비 외교 현장에서 일하고 배우다’(도서출판 BMK)가 그 책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거쳐 조달청장으로 있던 저자는 2010년 UAE 특임대사로 임명돼 2013년까지 근무했다. 한국이 최초로 UAE에 원전을 수출하면서 UAE가 중요한 경제외교 현장으로 부각될 때였다.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저자의 UAE 대사 임명은 원전 수주를 계기로 해서 에너지, 건설, 보건 등 다양한 협력을 중동에서 전개할 수 있는 경제 전문가를 배치할 필요성에서 출발했고, UAE는 지난 10여 년의 기간을 거쳐 중동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됐다.

지난 몇 년간 우리와 중동이 많이 친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중동은 여전히 ‘먼 곳’이다. 근본적으로 중동은 우리의 상식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기 때문이다. 범위에 따라 30개국이 넘고, 아랍인으로 구성된 아랍 국가만 22개국에 이르기에 간단하게 설명하기도 곤란하다. 그뿐만 아니라, 중동에 관한 언론 보도는 전쟁과 테러 소식 일색이고, 중동에 부임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좋은 안내서조차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이유로 중동에 사업이나 거주 목적으로 온 상당수의 사람은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실제로 저자는 UAE 대사로 일하면서 사업에 섣불리 접근해 실패한 사람, 계약을 한국식으로 생각하다가 고생한 사람, 일이 상식대로 돌아가지 않지만 원인을 알지 못해 당황하는 사람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만났다. 저자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해소하기 위해 중동에 관한 강연이나 기고 요청이 오면 거절한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쓰게 된 이 책은 1970년대 이후 급속하게 경제 부국으로 부상한 걸프만 연안의 산유국들, 흔히 GCC(Gulf Cooperation Council) 국가라고 부르는 6개 왕정국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왕정이며, 산유국이고, 소득수준이 높은 이 국가들은 비즈니스가 왕성한 자본주의 체제에 기반하여 중동에서도 가장 안정된 평화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개방적인 UAE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외교 전선에서의 생생한 경험,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왕정의 실상, 그리고 중동에 사는 외국 특히 UAE 왕실 이야기와 외교 현장의 일화, 인근 다른 나라의 이야기 등 내용의 폭이 넓고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중동의 정치는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수니와 시아로 대변되는 중동 정치의 기본 구조와 현대 중동 왕정의 성립 과정, 중동 왕정의 위상, 아부다비 왕가의 기원과 발전,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경쟁의식 등을 다뤘다.

2부 ‘중동의 외교 현장을 뛰어다니다’에서는 산유국에 원전이 필요한 이유와 일본 후쿠시마 사태 속에 거행된 원전 기공식, 왕실 전용기로 전개된 아덴만 해적 이송 작전과 중동의 사막에 온 특전사 등을 서술했다.

3부 ‘중동에서 행복하게 사는 비결’에서는 중동에 대한 공포와 실상을 비롯해 중동의 가볼 만한 여행지, 문화 허브인 아부다비, 중동에서 살면 행복한 이유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책머리에 “UAE 대사로 발령받은 때는 원전 수출 과정에서 한국과 UAE의 관계가 최고조에 이른 만큼 하루하루가 긴박했고 일은 태산 같았다. 당시에 얻은 중동 경험과 지식을 혼자 간직하고 있기보다는 가급적 많은 사람과 나누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을 느껴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적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