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수에 빼앗겼던 눈길을 길 위로 옮긴다. 길목마다 자세하게 설명된 안내판이 있어 장소마다 사연을 알 수 있고 초행길 등산객에게는 정확한 길잡이가 된다. 산길도 예전과 달리 바들거리며 올라야 했던 가파르고 험한 길은 데크 계단이 놓였다. 물소리 새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보현암 앞이다. 오던 길을 따라 직진으로 가면 연산폭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보현암 뒤쪽 소금강 전망대로 가는 길로 이어진다. 가는 길이 가파르고 험해 보이지만 길은 계속 데크 계단과 데크 로드로 연결되어 운동화를 신고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불어오는 바람과 잘 닦여진 길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오른 소금강 전망대. 사방이 탁 트인 깎아지른 절벽 위에 반달 모양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굳이 안내문을 읽어보지 않아도 소금강이라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겹으로 이어진 부드러운 능선 아래 오랜 세월 깎이고 패이며 꿋꿋하게 계곡의 배경으로 남아 있는 맞은편의 기암절벽과 그 위의 선일대, 물보라를 일으키는 연산폭포는 한 폭의 산수화로 펼쳐진다. 소금강 전망대에서 만나는 내연산의 풍광을 보며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여기서 시작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소금강 전망대는 청량한 바람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붉고 노란 가을이 오면 산도 깊어지고 산을 찾는 이의 품도 넓어질 것이다. 300년 전 겸재 정선이 청하 현감 시절에 그린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秋圖)를 떠올리며 저 계곡 어딘가에 있을 겸재 선생의 숨결도 느껴보자.
/허명화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