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수해현장 절도범 기승
가구·냉장고 등 도난피해 잇따라
이재민 이중고… “훔쳐가지 마라”

“삶의 터전을 잃었는데 도둑질까지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복구를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좀도둑이 활개를 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에서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A씨(45·여)는 “가구를 말리기 위해 바깥에 내 놓았는데 도둑들이 밤에 싹 다 훔쳐갔다”고 황당해 했다.

A씨에 따르면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부터 절도 행각이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첫날엔 집안이 뻘이 돼서 물건들을 죄다 바깥으로 날랐다. 그 중에 쓸 만한 것을 골라놓을 새도 없이 트럭을 몰고 와서 밤에 싹 다 훔쳐갔다”며 “이후 머리에 랜턴을 달고 밤마다 와서 가져간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은 버릴 물건들은 얼추 정리돼 집에 문 떼고 가구 들어내서 청소하고 씻어놓고 말린다고 바깥에 내놓으면 그것도 갖고 간다”며 “대송리는 어르신들이 많은 곳인데 제발 훔쳐가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다른 목격자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연일읍에 거주하는 B씨(46·여)는 “중학생으로 추정되는 무리들이 리어카로 물건을 나르고 있었다. 고물상에 팔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집안의 습기 제거를 위해 문을 열어 놓았다는 오천읍 주민 C씨(46)는 “친정에 김치 냉장고를 새로 들였는데 그걸 가져갔다”며 “피해 주민을 두 번 울리는 행태”라고 속상해했다.

포항 남구 지역이 태풍으로 아수라장이 되면서 절도범들의 표적이 됐다. 피해 지역의 혼란을 악용한 것이다.

앞서 ‘힌남노’가 상륙한 6일부터 나흘간 포항시 남구 상대동과 해도동 등 주택가를 돌며 절도 행각을 벌인 50대가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경찰은 태풍 피해지역의 순찰을 강화하고, 귀중품 보관 등에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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