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째 표류 ‘항사댐’ 정상궤도 올려야

항사댐 조감도. /포항시 제공

‘치수(治水, flood control)’란 말 그대로 물을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고대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왕들에게 있어 ‘치수’란 나라를 책임지는 자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였다.

이번 태풍 ‘힌남노’로 포항 곳곳에서 저지대를 중심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는데, 가장 큰 피해가 집중된 오천읍 일대의 침수 원인으로 냉천의 범람이 꼽힌다. 강의 범람이란 곧 ‘치수’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냉천의 범람 원인으로는 상류의 홍수조절기능 부재와 정비 사업으로 인해 줄어든 강폭 등이 꼽힌다. 이러한 치수 실패를 계기로 지역에서는 결론적으로 ‘치수용 댐’의 역할과 필요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집중호우 시 상습범람, 수해 부르는 냉천
건기에는 바싹 말라 바닥 보이는 일 빈번
포항시, 취수 안전성 위해 정비 나섰지만
강폭 좁아져 태풍 피해만 키웠다는 지적
항사댐, 홍수대비·가뭄대처 기능 모두 수행
정부 적극지원 아래 같은 아픔 반복 말아야

 

□ 지리적 홍수 취약 도시, 포항
포항은 대륙과 해양성 기후의 교차점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홍수에 취약한 태생적 한계가 있는 도시다. 해마다 여름철 호우가 집중되는데 특히 남구 오천읍 신광천과 냉천이 홍수에 취약하다. 

냉천은 남구 오천읍 무장산을 좌측에 두고 진전리를 지나 오천으로 내려오고, 신광천은 운제산과 무장산 사이 오어사 앞 오어지에 모인 물이 흐르는 천이다. 신광천은 포항운전면허시험장을 거쳐 냉천으로 합류한다.
냉천은 유로 연장 18.95㎞로 경사도는 1/82∼1/88이다. 태풍 내습 시 동해 해수면 상승과 배수불량 등의 문제가 있어 제방 범람 및 유실이 자주 일어나는 구조다. 

유로 연장 12.5㎞ 및 경사도 1/12∼1/59인 신광천 역시 길이가 짧고 상류 경사가 급해 단시간 내 많은 유량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냉천의 범람에 따른 피해는 집중호우가 발생할 때마다 일어났다. 

2012년 태풍 산바 및 집중호우 당시 오천읍에 644㎜의 강우가 내렸고, 농경지 153㏊ 침수 및 신광천 제방 30m 붕괴 등의 피해가 발생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2014년 집중호우로 포항지역 평균 167.9㎜의 강우가 내렸을 때에도 신광천의 제방은 또 붕괴했다. 2016년 태풍 차바 내습 당시에도 오천읍에 200㎜(200년 빈도)의 폭우가 내려 냉천이 범람하고 침수가 발생했다.

이렇듯 오천읍이라는 대규모 시가지를 관류해 동해바다로 유입되는 신광천 및 냉천은 홍수로부터의 취약성을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다. 대규모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유역 내 홍수조절능력 확충이 절실한 이유다. 더욱이 신광천이 합류하며 이어지는 하류지점은 대규모 도시지역으로, 인구가 밀집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7일 오후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다리에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된 침수 차량이 걸려 있다.  /이용선 기자
지난 7일 오후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다리에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된 침수 차량이 걸려 있다. /이용선 기자

□ 진전지와 오어지의 치수능력 부족 
유역 내 위치한 진전지(식수전용) 및 오어지(농업용)의 홍수조절 기능이 전혀 없다는 점도 밝혀져 충격이다. 진전지와 오어지는 각각 냉천과 신광천의 상류에 위치해 있다.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관계기관 간 유기적인 협의가 필요하나 오어지 홍수조절 기능이 없는 사실이 드러나 제대로 된 업무협조가 되는지도 의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냉천은 범람도 문제지만 그동안 가뭄에 있어서도 심각한 취약성을 보여왔다.

따라서 진전지(식수전용)와 오어지(농업용)는 가뭄을 대비하는 역할에 더 무게가 실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포항시 미급수 인구의 70% 이상이 남구 지역에 분포하고 있고 진전지가 식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진전지(180만t)만으로는 원수가 부족해 식수공급 중단 피해가 빈번하다. 이에 가뭄 발생 시 진전지 원수 부족으로 생활용수 제한 급수가 자주 발생했고, 물공급 안정성이 불확실한 오어지에서 비상 용수를 공급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어지 또한 원수 부족(50% 미만) 상태가 되면 물을 보내줄 수 없어 남구지역은 식수 공급 중단 사태가 늘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는 태풍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진전지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오어지도 지난 9월 3일 태풍을 대비해 방수문을 개방할 당시 저수율이 30%가 채 되지 않았던 점 등에서도 나타난다.

우기에 편중된 강우 패턴으로 냉천 중·하류의 하천 건천화가 심각하다는 것 역시 짚어볼 점이다. 포항관측소 월별 평균 강우량은 최대 215㎜(7월), 최소 28㎜(12월)로 7.7배 이상 차이가 난다. 냉천 역시 태풍이 오기 전 물이 거의 메말라 바닥을 보였었다. 이렇듯 평·갈수기 냉천의 생태계는 파괴됐고, 하천 생태계 유지를 위한 하천유지유량 공급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냉천 유역 특성상 타 유역에서 물을 가져와 유량을 확보하는 방안이 불가능해 신규 댐 건설을 통한 하천유지유량 확보가 필요했으나, 가뭄과 홍수를 조절할 기능을 모두 수행할 ‘항사댐’의 건설은 6년째 표류 중인 상황이다.

임시방편으로 냉천 정비 사업을 포항시에서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재난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냉천 정비 사업이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항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취수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으로 시는 예산 245억4천900만원을 투입해 포항시 남구 오천읍 진전저수지에서 동해면까지 8.24㎞ 구간의 하천을 재정비했다. 이후 포항시는 2020년까지 1.8㎞ 구간의 냉천 하류를 재정비했고, 산책로와 조경, 운동기구 등 조성작업을 목적으로 18억6천만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취수 안정성과 더불어 ‘냉천을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되돌리겠다’는 목표 아래 264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지만, 냉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경 사업은 오히려 냉천의 강폭을 좁게 해 이번 태풍에 의한 범람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류로 갈수록 강폭을 넓히는 것이 하천 정비의 기본인데, 냉천 정비는 이와는 반대로 진행된 것이다. 그래서 향후 복구에 있어서 냉천 정비의 방향성이 원점부터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항시 냉천 공원화 사업으로 냉천을 메우면서 강폭이 좁아져 물길이 막힌 모습. 지난 6일 새벽 포항제철소 방향으로 냉천이 범람해 압연라인 대부분이 침수됐다.  /포스코 제공
포항시 냉천 공원화 사업으로 냉천을 메우면서 강폭이 좁아져 물길이 막힌 모습. 지난 6일 새벽 포항제철소 방향으로 냉천이 범람해 압연라인 대부분이 침수됐다. /포스코 제공

□ 항사댐 건설
냉첨 범람의 해결책으로는 결국 ‘항사댐 건설을 한시바삐 완료해야 한다’에 방점이 찍힌다. 항사댐은 이강덕 시장이 처음 당선된 이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으나 중앙정부에 발목이 잡혀 현 시점까지 계속 표류 중이다. 이 사업은 오어지 상류인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에 유역면적 6.8㎢, 총저수량 476만㎥, 유효저수량 369만㎥, 저수면적 0.286㎢의 높이 50m·길이 140m의 댐을 건설하는 것이다. 항사댐이 건설되면 홍수조절용량 75만9천㎥, 용수공급량 283만㎥/년으로 홍수대비와 가뭄대처 기능을 모두 수행해 포항의 치수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항사댐은 2016년 10월 국토부 및 경북도의 ‘댐 희망지 신청제 시행’ 통보에 따라 포항시가 주민설명회에서 참석자 전원 찬성을 이끌어내며 2017년 3월 댐 희망지로 신청을 했다. 하지만 물관리 일원화를 위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업무가 이관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좀처럼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항사댐이 건설되면, 75만9천㎥의 홍수조절용량 확보로 신광천 하구 도심지 홍수조절 능력이 확충돼 홍수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또 200년 빈도 홍수량 기준 신광천 하구의 경우 최대 22% 저감(505㎥/s → 393㎥/s)이 가능해 이상기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비상용수 확보로 가뭄에 대응하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연 144만㎥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오천·동해·장기 주민의 생활용수 불안감을 크게 해소할 수 있다. 안정적 하천유지유량 공급으로 하천 생태복원 및 수질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항사댐 건설이 미뤄지면서 소는 소대로 계속 잃고 외양간은 외양간대로 내버려두는 상황의 반복이다. 
이번에 포항은 태풍 힌남노로 엄청난 데미지를 입었다.
또 다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항사댐 건설은 그 대책의 정점에 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