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숙 원장이 운영하는 ‘동네 사랑방’
20년간 요금 동결·미용봉사도 꾸준히
지역을 위한 마음으로 ‘이웃사랑’ 실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는 하양읍 숙미용실.

경산시 하양읍 금락리 꿈바우시장 근처엔 김태숙(61) 원장이 운영하는 淑(숙)미용실이 있다. 이름이 잘 알려진 김 원장을 삼고초려 끝에 찾아가는 길. 어르신께 숙미용실 위치를 물었다.

“뭐라 숙미용실? 어디서 왔소? 숙미용실도 모리나. 거기 모르면 간첩인데. 여기 사람 아닌 모양이네.” 어르신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소문대로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꾸미지 않은 30년 세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淑미용실 간판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당당하고 멋진 분이 빠른 손놀림으로 머리 손질을 하고 있었고, 듣던 대로 의자마다 손님으로 가득 차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파마를 하거나 커트를 하고 있었다. 머리 손질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에 마실 나온 듯한 분과 버스 시간을 기다리는 분, 짐을 맡기고 찾는 분 등도 적지 않게 보였다. 숙미용실은 고민 상담, 자식 자랑 등의 정담이 오가는 휴식처였다.

낯선 나를 맞이하는 어르신들은 “빠마하러 왔나? 앉으소”라고 했고, 난 “여기 빠마 잘하나요”라고 물었다.

“그럼. 여기 원장 솜씨는 아무도 못 따라 온다. 내가 오죽하면 20년을 여기만 왔을까? 솜씨뿐 아니라 마음씨도 좋다. 20년째 빠마값도 올려본 적 없는 천사 아이가.”

여기저기서 김태숙 원장의 팬들이 낯선 이의 혼을 뺀다. 미용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헌신적인 사회공헌 활동가로도 알려진 김 원장은 ‘낙산대 색소폰 봉사 5년’ ‘하양향교 학생간부로 10년 동안 지역 봉사’를 필두로 은해사 무량수봉사단 활동, 청구재활원, 보현요양원, 포근한 집(요양원) 등 불편한 분들이 계신 곳에서 미용봉사를 꾸준히 실천해왔다.

예순의 나이에도 30대의 에너지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운동, 특히 등산 마니아였기에 가능했다. 이런 에너지는 김태숙 원장을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1등 봉사자로 자리매김 시켜줬다.

미용을 시작한 지 30년, 지금 자리에 숙미용실 간판을 단 지 25년이 됐지만 단 한 번도 요금을 올리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좋습니다.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랑 아닙니까. 이곳에서 미용실을 시작할 때 결심했습니다. 이곳저곳 알리지 않고 내가 가장 잘하는 일로 지역을 위한 봉사를 실천하겠다고요.”

김 원장은 이렇게 말을 이거갔다. “제 손을 거쳐 가는 많은 분들이 ‘젊어졌다’ ‘예뻐졌다’며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최고의 봉사활동 아닐까요?”

요양원과 장애인 시설에 가서도 최선을 다해 머리 손질을 해준다는 김 원장은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가슴 뭉클하다고 했다. 물가가 많이 올라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머리 손질 요금을 20년 동안 동결시킨 이유도 자꾸만 손님들의 얼굴이 떠올라서라고 했다. 어떤 마음으로 고민하는 것인지 알기에 마땅한 답변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양은 작은 도시다. 때로는 돈이 없다고 찾아와 오천 원을 주고 파마를 부탁하기도 하고, 나중에 곡식으로 갚는다고 커트를 부탁하기도 한다. 김 원장은 한 번도 그런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김태숙 원장이 “천사의 손을 가졌다”고 칭찬받는 이유다.

미용실을 넘어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 된 숙미용실. 인심 사나운 세상이라고 하지만, 곳곳에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사랑 덕택에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향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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