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힐링여행지 세종

세종 금강보행교
세종 금강보행교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도시 곳곳에 매력적인 관광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 3월에 개통한 독특한 모양의 금강보행교를 비롯해 국내 최초의 도심형 식물원인 국립세종수목원, 식물원과 동물원이 함께 있는 베어트리파크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가을의 문턱에서 도심 속에서 힐링을 느낄 수 있는 세종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국내 최장 ‘금강보행교’, 길이 1천446m ‘ㅇ’자 모양
1층 자전거·2층 보행자 전용 다리 복층구조 이색적
볼거리·즐길거리 등 밤엔 오색조명 빛 축제 펼쳐져

국내 최대 사계절 전시 온실 ‘국립세종수목원’
축구장 90개 규모, 열대식물 등 희귀 식물들 다양
후계목정원엔 역사적 나무 자식들도 옮겨져 눈길

 

△세종의 상징이 된 금강보행교

세종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국내 최장 보행교인 ‘금강보행교’가 3년의 공사 끝에 지난 3월에 개통됐다. 금강보행교는 원형의 다리가 한글 ‘ㅇ’의 모양과 닮아서 ‘이응다리’라고 이름을 붙였다.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 1446년을 기념해 교량의 길이도 1천446m로 제작했다. 다리 위에도 ‘뿌리깊은 나무’를 테마로 조성한 조형물, 한글 열매가 달린 나무 조형물 등 세종대왕 업적과 관련된 여러 조형물을 설치했다. 금강보행교는 ‘2022년 올해의 토목구조물’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금강보행교는 복층 구조인데 1층은 자전거 전용, 2층이 보행자 전용이다. 보행자 전용 다리는 폭이 12m나 된다. 무리 지어 걸어도 넉넉하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여기서 강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고 1층으로 내려가 자전거도 탄다. 자전거는 쉽게 구할 수 있다. 주변에 배치된 공공자전거 ‘어울링’을 이용하면 된다.

다리 주변에는 물놀이시설, 낙하분수, 익스트림 경기장 등이 들어서 있다.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현실 이미지나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추가해 보여주는 ‘가상현실 기술 AR망원경’도 설치했다. 다리 중간에 있는 흰색의 인공나무는 금강보행교의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빛의 시소’, ‘숲속 작은 연주회’, ‘뿌리깊은 나무’, ‘눈꽃 정원’, ‘빛의 해먹’같은 조형물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보행교 북측에는 높이 15m의 전망대와 클라이밍 체험시설, 익스트림 경기장이 설치돼 있다. 금강보행교는 해가 지면 가장 빛난다. 해 질 무렵이면 경관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고, 깜깜한 밤이 되면 오색조명 빛의 축제가 시작된다.
 

금강보행교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심야와 새벽 시간대는 안전사고 등을 막기 위해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일몰 이후부터 밤 11시까지는 금강보행교 야경을 볼 수 있다. 도시의 불빛과 금강을 비추는 빛이 어우러진 또 다른 볼거리다.

인스타그램 등에 노출되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자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는 이 다리를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했다. 덜 알려졌지만 인기 관광지가 될 공산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사계절 온실 갖춘 국립세종수목원

2020년 문을 연 국립세종수목원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은 축구장 90개 규모(65㏊)에 사계절 온실을 갖추고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2천453종 161만 그루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핵심 볼거리는 국내 최대 유리온실인 ‘사계절 전시 온실’이다. 꽃잎 세 장이 달린 붓꽃 모양으로 지어진 사계절 열대온실은 꽃잎 한 장마다 열대온실, 지중해온실, 특별전시온실이 자리한다.

세종수목원
세종수목원

동선에 따라 지중해온실로 먼저 발길을 옮겼다. 32m 높이의 전망대가 있는 지중해식물 전시원에는 물병나무, 올리브, 대추야자, 부겐빌레아 등 228종 1천960그루의 식물이 심어져 있다. 지중해온실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봤던 것처럼 우람하지 않다.

작고 연약한 모습이 ‘어린 왕자’ 속 바오밥나무와 더 가까운 것 같다. 지중해온실 한쪽에 있는 올레미소나무도 이채롭다. 올레미소나무는 중생대 백악기까지 살다가 멸종된 줄 알았으나 1994년 호주에서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공룡시대부터 살았던 올레미소나무에서 최근 화사한 꽃이 피었다. 꽃을 보니 수억 년 전의 시간과 조우한 느낌이다. 지중해온실 한가운데는 스페인 알람브라궁전 모양을 한 정원이 인증샷 명소로 자리 잡았다.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빨간색 부겐빌레아도 지중해온실에서 꼭 봐야 할 수목이다. 빨갛게 물든 건 꽃이 아니라 잎이다. 작고 수수한 꽃 대신 화려한 잎으로 벌과 나비를 유인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열대온실에 들어서니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5.5m 높이의 관람자 데크 길을 따라가면 나무고사리, 알스토니아, 보리수나무 등 437종 6천724그루의 열대 식물을 볼 수 있다.

열대온실을 둘러보며 알게 된 것은 우리가 즐겨 먹는 열대과일이 흔히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 중 하나인 바나나는 나무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여러해살이풀에서 자라는 열매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 받는 아보카도는 인간이 아니었으면 멸종했을지도 모르는 식물이라고 한다. 아보카도 열매를 통째로 삼켜 씨를 퍼뜨려주던 매머드 같은 대형 초식동물이 멸종하면서 아보카도 역시 멸종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우연히 아보카도를 먹은 인간이 그 맛에 매료돼 대량 재배하면서 멸종을 면하게 된 것이다.

열대온실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화려한 식물이 많기도 하지만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을 볼 수 있어서다. 파리지옥을 비롯해 끈끈이주걱, 사라세니아 등 여러 종의 식충식물이 전시돼 있다.

 

△역사적 이야기 숨은 후계목정원 이채

열대지방 휴양지마다 피어 있는 야자수도 종류가 다양하다. 베트남, 중국의 우거진 숲에 자생하는 생선꼬리야자는 마치 물고기 꼬리처럼 가지가 갈라지고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인도네시아 전통주택 재료로 사용되는 락카야자는 줄기와 잎자루가 립스틱처럼 붉은색을 띠고 있어 ‘립스틱 야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열대온실엔 국내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식물도 자란다. 강렬한 노란색 꽃이 아름다운 황금연꽃바나나와 하와이무궁화 종이 모여 있는 곳에는 빨간 산호히비스커스 꽃이 피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 샤넬 넘버5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일랑일랑도 꼭 찾아봐야 할 식물이다. 일랑일랑은 필리핀 고유 언어인 타갈로그어로 ‘꽃 중의 꽃’을 의미한다.

후계목정원도 이채롭다. 정이품송 2대 자손목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유명한 나무의 자식이나 손자뻘 나무들을 옮겨놓은 곳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뉴턴의 사과나무 후계목이다. 1665년 아이작 뉴턴은 영국 켄싱턴의 집 뜰에 앉아 있다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뉴턴의 사후 전 세계 대학과 식물원 연구센터의 요청에 따라 이 사과나무의 후손이 만들어졌고 여러 나라에 퍼져나갔다. 국립세종수목원에 있는 뉴턴의 사과나무는 3대손이다. 뉴턴 사과나무의 증손자인 셈이다.

같이 가볼 만한 곳

△수목원과 동물원이 같이 있는 베어트리파크

베어트리파크도 재미있는 산책공간이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베어트리파크는 수목원이지만 이름처럼 반달곰과 여러 동물들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수목원이자 동물원인 셈이다.

파크 안에서 반달곰이 뛰어놀기도 한다. 꽃사슴동산도 있다. 들머리의 연못에는 비단잉어가 물살을 헤치고 다닌다. 나무만 있는 수목원보다 분위기가 활기차다.

베어트리파크에 자생하는 꽃과 나무는 1천여 종, 40만 점이 넘는다. 5개의 잎을 가진 오엽송 소나무, 크리스마스트리로 잘 알려진 독일 가문비나무 등 흥미로운 나무들이 수두룩하다.
 

산수화에서 볼법한 풍경을 축소한 듯 조경을 한 ‘만경비원’도 볼 만하다.

호접란, 열대나무, 괴목, 고무나무 분재 등이 전시돼 있다.

베어트리정원은 좌우대칭 구조의 입체적 조형미가 아름답고, 향나무와 소나무로 둘러싸여 포근한 느낌이 든다.

하계정원은 꼭 봐야 한다. 주황색 문을 열면 태고의 풍경이 펼쳐진다. 죽은 향나무를 타고 오르는 능소화 넝쿨들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병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