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만 규모의 포항이 때아닌 ‘학군 이슈’로 연일 시끄럽다. 최근 수년간 제철중학교와 효자초등학교 내에서 발생하고 있던 위장전입과 과대학급을 두고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곪고 곪아 언젠가 터져버릴 것으로 예상됐던 문제가 이번 효자초 예비 졸업생들의 제철중 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면서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누구보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 지역 국회의원은 그 와중에도 자신의 표심을 겨냥해 특정 지역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교육환경의 변화로 학생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며 특정 지역의 편에 서버렸다. 양측을 중재하기는커녕 갈등에 기름을 들이붓는 꼴이었다.

해당 발언은 효자와 지곡 분열의 커다란 기폭제가 되었고, 양측은 연일 ‘맞불 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지속되는 비난과 비방에 양측 모두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가는 상황이다.

이같은 과열 양상에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포항교육지원청과 포항시는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모든 책임은 학생 수요 예측 실패로 이같은 혼란을 일으킨 교육 당국의 무능력함과 무관심, 행정력 부재로 돌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하기를 소망한다. 다만, 학창시설에 어느 학교에 가던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소위 ‘일진’으로 불리는 아이, 예체능을 잘하는 아이 등 여러 아이가 존재한다. 여기서 살펴볼 점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는 어딜 가든 열심히 하고, 놀 아이는 어디서든 논다는 것이다.

‘학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의 마음가짐이다. 또한 아이가 아무리 공부를 잘한다 한들 인성이 바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제철중은 일개 중학교 학군의 의미를 넘어서 지역사회의 공간적·구조적 위계질서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위장전입과 학구위반 등 불법을 저질러서 해당 학교에 진학한다고 한들 과연 그 아이는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까.

이미 제철중 내에서도 재학생들 사이에서 출신지를 나누고 그에 따라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또 지곡단지 내에는 ‘효자초 OUT’이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게재됐고, 이를 본 학생들은 가슴에 큰 상처를 입었다.

어른들의 싸움에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

부모가 무엇이든 앞장서서 다해 주는 아이는 무조건 부모에게 의지하려고 하고, 세상을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어려서부터 꼼수나 편법을 배운 아이는 커서도 남을 배려하려는 마음보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시키려 한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무한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일그러진 자식 사랑이 부모와 자식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오히려 고운 자식일수록 매 한대를 더 때린다는 각오로 대해야 한다. 부모들의 이기적인 욕심에 동심을 멍들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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