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온作 ‘그 해 오월’

육십갑자 중 열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기묘(己卯)다. 천간(天干)은 기토(己土)요, 지지(地支)는 묘목(卯木)이다. 천간 기토(己土)는 만물을 포용하고 생산하는 전원의 흙으로 표현하며, 묘목(卯木)은 늦은 봄의 기운을 의미한다. 물상으로 보면 봄의 논과 밭을 나타낸다. 기본적으로 만물을 생육(生育)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기묘(己卯) 일주는 마치 푸른 대지를 뛰어다니는 토끼처럼 평화로운 모습이며,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다. 자기 방어능력이 부족하여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주위 사람들과 융화되기 쉬운 성격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활발하며, 온순하다. 개성이 뚜렷하고, 창의적이며, 주변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는 인정이 많은 성향이다.

기묘(己卯) 일주는 물상으로 나무 위에 흙이다. 위치가 반대라 기묘한 사람들이 많다. 그야말로 기기묘묘(奇奇妙妙)하다. 겉모습과 속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속은 의리의 사나이 김두환도 저리 가라할 협객이며, 겉은 항상 고개를 숙이고 겸손한 기(己)를 나타낸다.

우리는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장승인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을 안다. 천하대장군은 하늘시계 기(己)을 상징하며 지하여장군은 땅의 담당자 토끼 묘(卯)다. 그래서 별주부전의 토끼처럼 엄청 똑똑하고 계산이 팍팍 돌아간다. 반면에 천하대장군 기(己)는 갑, 을, 병, 정, 무로 쭉 양기 발산이 쭉 이어지는 시기였으나 기(己)부터는 그 양기를 음기가 수렴하기 시작하는 전환점을 말한다. 이어 음기는 경, 신, 임, 계로 이어진다.

기묘(己卯)는 기기묘묘하다. 기묘 일주, 년주, 월주를 가지신 사람은 한 마디로 ‘동백 아가씨’다. 동백(冬柏)의 동은 겨울 동(冬)이고, 백(柏)은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즉 천하대장군의 기운은 아직도 차디찬 겨울 같아 보이지만, 고개 숙인 겨울이고 꽃은 아름답게 피어 모든 것을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기묘 일주, 년주, 월주는 몹시 아름다운 성품과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본인도 아주 겸손하지만 겉으로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모습이다. 그래서 기기묘묘하다. 아마 기묘일주를 가진 아내와 살면 집안 걱정은 없지만 남편은 집에다 에어컨을 끼고 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아무리 춥고 더워도 진짜 동백처럼 지내야 한다.

그래서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도움을 받으려면 마음을 맑게 가지고, 서둘지 말고, 입 다물고, 잘난 체 말아야 한다. 동백은 추운 얼음장 같은 매화와 진달래, 개나리 사이에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마치 옛날 장가가는 새신랑이 말 위에 올라 속으로는 색시가 엄청 보고 싶어도 마부가 모는 말을 타고 천천히 그냥 가기만 하면 저절로 색시를 만나듯이 그렇게 기다리면 된다.

여자의 경우, 기묘일주는 일지가 ‘편관’이므로 자존심이 강하고, 자립심도 강하다. 여린 마음씨를 가지고 있어 꾸미기를 좋아한다. 박학다식하고, 현침살의 영향으로 상대에게 정곡을 찌르는 말들을 잘한다. 말은 적은 편이며, 체격이 작고, 귀여운 미녀가 많은 편이다.

기묘일주는 ‘일지도화’로 이성에 관심이 많고 성적이다. 이성관계가 복잡할 수 있으나 자기관리를 잘하면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가 있다. 여성의 경우 ‘관살혼잡’(정관과 편관이 혼재. 여성에게 관성은 남자고 배우자다)이라 남편 복이 없다, 이성관계가 복잡하다,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불안정하고 흉한 기운으로 보았다. 과거에는 여자의 이성 관계가 복잡하면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일부종사를 금과옥조로 여기던 조선시대의 일이다.

하지만 현재는 여성이 다방면으로 재능을 발현하는 세상이다.

리더십과 포용력이 뛰어나고 매력적이라 주변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우수하다. 마음이 안정되지는 못하는 단점은 있으나 직업적인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플라톤의 ‘향연’에 아리스토파네스는 에로스(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원래 지금 모습의 몸 두 개가 결합된 형태다. 한 몸에 머리가 두 개, 팔이 두 개, 다리가 네 개, 그리고 성기가 두 개 달려있다. 그리고 결합의 방식은 세 가지, 곧 남남, 남녀, 여녀 쌍이 있었다. 그림으로 그려보면, 두 개의 머리에 네 개의 눈이 사방을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고, 그 힘은 지금의 두 배보다 훨씬 더 세다. 산은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릴 정도다.

특히 속도는 장난이 아니다. 여덟 개의 사지를 펴서 수레바퀴 구르듯 엄청난 쾌속으로 달릴 수 있다. 이들이 점점 번성하고 강성해지자 제우스는 위협을 느끼고 급기야 없애버릴 궁리를 하였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배꼽은 이런 고민에서 만들어진다. 제우스는 인간을 반으로 쪼개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동강이 난 인간의 절단면을 추슬러 고기만두 빚어내듯이 한 군데로 모아 묶었다. 그것이 바로 ‘배꼽’이다. 배꼽은 인간이 원래 형태에서 둘로 쪼개져 동강났던 아픈 추억의 증표다. 그때부터 인간들은 동강난 채 떠도는 나머지 자기 반쪽을 찾는 일에 매달렸다. 떨어져 나간 자기 반쪽에 대한 열망, 그것은 인간에게 가장 강렬한 갈망이 되었다. 마침내 떨어져 나간 반쪽을 찾으면 하나가 되기 위해 떨어질 줄 몰랐다.

에로스(성)는 인간의 조각난 두 쪽이 서로를 갈망하게 하며, 원래의 형태와 본성을 회복하게 해준다. 그렇게 조각난 두 쪽이 만났을 때 인간은 진정 인간성을 회복하며 행복을 누릴 수가 있었다.

오늘날 동성애에 대한 문제가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쾌락에 대해 무관심하고, 당연히 맛볼 기쁨을 맛보려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무감각한 것은 인간적인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동물들조차 음식물을 가려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한다. 성(性)의 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정말로 세상은 기기묘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