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카본 생태계의 대표적인 맹그로브 숲, 이를 통해 블루카본 형태로 온실가스 저감에 나설 수 있다. /사진 출처-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partnership

연일 폭염이 기승이다. 뙤약볕에 잠시만 서 있어도 습하고 더운 열기가 아찔하다. 여름은 더워야 한다는 속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이들도 줄었다. 한여름 최고기온 경신 소식이 이젠 낯설지 않다. 2018년 폭염이 대표적이다. 공식적으로 41도(강원도 홍천군)를 기록할 당시, 폭염과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의 용어들이 어지럽게 통용됐다. 요즘도 푹푹 찌는 열기가 며칠째 이어지면 내일은 또 얼마나 더울지 걱정부터 앞선다.

2018년 폭염이 진짜 두려웠던 이유는 매일 쏟아지던 비극적 뉴스 때문이었다. 오늘은 또 몇 명이 열사병과 사투를 벌이며 쓰러질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시기였다. 밭일을 하다가,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택배 배달을 하다가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생업에 종사하며 열기에 쓰러져갔다. 자연재해는 사회구조상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낸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리어카를 끌고 폐지 줍던 노파와 공사장 인부의 사망 소식은 한없는 무기력감을 안겨줬다.

요즘도 폭염과 가뭄으로 낙동강 녹조발생이 잦아진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된다. 당장은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이들의 피해로 국한되겠지만, 결국은 낙동강 변에서 농사짓고 낚시하는 이들과 낙동강 주변 생태계 전체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시선을 바다로 돌리면 산적한 문제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장의 피해가 대표적이다. 여름바다의 고온현상은 일상이다. 가두리양식 대표 어종인 넙치의 경우, 25도 안팎의 수온에서도 거뜬히 살아있다고 한다. 한때 수온 25도씨는 마(魔)의 경계였지만 환경적응을 통해 생존력을 높인 것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넙치의 생존력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바다수온이 높아지고 있다.

집단폐사 소식도 낯설지 않다. 고수온의 변동 폭은 생존과 폐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인 셈이다. 갯녹음 현상도 눈에 띈다. 드론으로 촬영한 연안해역의 암반지역은 흰색 투성이다.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붙은, 일종의 바다 사막화 현상이다. 바다 생태계는 석회조류를 통해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형태로든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절실한 움직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블루카본(blue carbon)이다. 블루카본은 간단하게 말해 해양과 연안 생태계에 의해 포집되는 유기탄소로, 맹그로브와 해초류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맹그로브 등은 해양탄소 흡수원으로 육상 식물에 비해 탄소 격리율이 높아 열대 우림의 동일 면적당 2~4배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IPCC(유엔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이 같은 블루카본의 온실가스 저감기능을 확인, 2013년부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공식적인 탄소 감축원으로 인정했다.

블루카본 생태계가 탄소저감을 일으키는 효율 역시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다. 맹그로브 등 블루카본 생태계는 해저면적의 1% 가량이지만 블루카본의 50%이상, 많게는 70%까지 차지한다고 한다. 특히 2050탄소중립을 선언한 우리나라는 해양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 생태계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한국은 IPCC에서 인정한 맹그로브와 해초류 등의 서식지 분포는 적은 편이다. 대신 해조류와 산호초, 미세조류, 갯벌 등이 많아 이들의 IPCC 국제인증 작업이 필수적이다. 해조류와 산호초 등이 블루카본 흡수원으로 인정받게 되면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감축량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후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정현미작가
정현미
작가

이에 현재 해양수산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제1차 갯벌 등의 관리 및 복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통해 갯벌생태계복원에 나서고 있다. 실제 2020년에 진행된 블루카본 평가체계 구축 및 관리기술개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갯벌은 매년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으며 이는 자동차 11만 대가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

한편, 동해안에 많이 서식하는 해조류와 산호초 역시 블루카본 흡수원이지만 공식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조류의 탄소흡수원 연구가 미약한 상황이라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는 ‘제주형 블루카본’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제주연구원은 ‘제주형 블루카본’ 대상으로 해초류와 염습지, 해안사구, 해조류와 패류를 선정하고, 연간 8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도 블루카본 생태계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활용 방안들이 소개될 것이다. 이로 인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자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발생 빈도를 낮출 수는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생사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에 대한 장기적인 혜안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