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록

암병동에도 눈은 내린다

첫눈이라 더 절절한 사람들이

창밖을 가리키며 소곤댄다

그 가슴마다 소복이 눈이 쌓이면

현실의 뒷길로 걸음을 옮기는 미련들

고통을 잠시 잊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지만

새하얀 천지간

집으로 가는 길이 환하게 밝다

첫눈이 다 그친 뒤에도

마지막 눈은 내릴 것 같지 않다

암병동은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들은 저 첫눈을 보면서 “마지막 눈은 내릴 것 같지 않다”고 소곤댄다. ‘마지막’은 오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가망 없는 기대일 수 있지만 삶의 막바지를 그래도 밝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저 눈이 환하게 드러내는 ‘천지간’을 통해 집으로 가는 길이 ‘마지막’이 도래할 길-미래-의 자리를 미리 차지하고 있으리라는 걸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