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

비 그친 사이

고추잠자리 한 쌍 옥상 위를 빙빙 돌고 있다

두 마리가 하나로 포개져 있다

누가 누구를 업는다는 거

업고 업히는 사이라는 거

오늘은 왠지 아찔한 저 체위가 엄숙해서 슬프다

서로가 서로에게 서러운 과녁으로 꽂혀서

맞물린 몸 풀지 못하고

땅에 닿을 듯 말 듯 스치며 나는 임계선 어디쯤

문득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있다

앉는 곳이 곧 무덤일

질주의 끝이 곧 휴식일 어느 산란처

죽은 날개는 너무 투명해서 내생까지 환히 들여다보인다

고독한 개체들은 서럽다. 홀로 있으면 죽음을 향한 우울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 개체의 비극적인 운명이다. 그래서 사랑은 상대를 과녁 삼아 목숨을 걸고 꽂히는 화살이 되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자신을 열어 상대의 화살에 제공하는 과녁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시인에게 사랑의 삶은 감미로운 것이 아니라, “맞물린 몸 풀지 못하고” 삶과 죽음의 임계선까지 화살 맞은 상처로 피 흘리며 다다르는 삶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