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과 약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언스플래쉬

퇴사를 한 뒤의 나의 하루 일과는 단순해졌다. 여섯시 반쯤 일어나 물을 한컵 마시고 몸무게를 잰 다음, 냉장고 앞에 서서 아침은 무얼 먹을까 생각한다. 밤새 틀어놓은 선풍기 때문에 배가 차게 느껴진다면 따뜻한 국물 요리를, 요리하기 어려울 만큼 집이 너무 덥다면 가성비 좋은 식당에 가서 끼니를 해결한다.

오전 여덟시쯤 되면 노트북과 안경 간단한 필기구를 챙겨 카페로 나간다. 그리곤 재취업을 위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손본다. 초중고 학교 이력, 각종 자격, 전에 어떠한 일들을 했는지 몇 줄의 문장들과 사진으로 나를 설명하다 보면 나는 과연 쓸모 있게 증명될 수 있는 사람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렇게 빈약한 이력서를 횡설수설 고치다보면 어느덧 오후 세네시가 된다.

집으로 돌아가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나면 문제의 ‘그 시간’이 찾아온다. 운동을 해도, 밀린 집 청소를 해도, 또는 새로운 게임을 하거나 좋아하는 지인을 만나도 무기력함과 지루함을 쉽게 감출 수 없다. 이렇게 일상이 희미하게 지워지는 것 같거나, 삶의 주도권이 어딘가에게 뺏긴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에는 나 자신을 철저히 객관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번아웃을 앓는 내게 작은 도움이 되고 있는 건 규칙적인 생활습관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리추얼 라이프란 생활 습관을 알게 되었는데 리추얼이란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으로, 일상 안에서의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뜻한다. 물 2리터 마시기, 일어나서 이불 정리하기 등 자신이 정한 생활 습관을 반복하며 나를 의미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전에 언급했던 ‘갓생 살기’의 목표 설정은 단순히 행할 수 있는 것과 그에 따른 성취감과 행복 추구였다면, ‘리추얼’은 반복적인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식화하는 습관’에 가깝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 물 한잔 마시기를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복 물 한잔에 의미를 부여하여 의식하고 정서적 활동을 더하여 나의 긍정적인 일상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

리추얼 라이프의 실천을 돕는 플랫폼인 ‘밑미’는 구경만으로도 재밌다. 육아 일기 쓰기, 피아노 연주 기록, 주말 제철 식재료 요리,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등 최소 6인에서 20명까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통된 리추얼을 행하고 기록을 남긴다. 리추얼을 통해 나의 취향과 생각의 틀을 확고히 굳히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수행을 공유한다.

성공이나 행복에 대한 강박은 내려놓고 내가 지루하다 생각하는 시간에 이름을 붙여주고, 키워드를 정해주다 보면 어느덧 긍정의 기운이 찾아온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시너지는 배가 된다.

두 번째로 도움이 되었던 건 ‘갤럽 강점 검사’다. MBTI가 성격유형 검사라면 갤럽 강점 검사는 개인의 타고난 소질이나 재능을 알려주는 유료 검사다. 총 177개의 질문을 20초 안으로 대답해야 하고 총 검사시간은 35분이 걸린다.

강점과 약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강점이 될 수도 있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쩔쩔 맬 때엔 약점이 되기도 한다. 나는 가장 첫 번째 특성으로 ‘공감’이 나왔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마치 나의 감정처럼 느끼고, 상대방의 감정을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특성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좋게 말하면 이해와 배려심이 넘치는 타입이라 볼 수 있겠지만 나는 공감이란 감정을 약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사람이나 외부에 잘 동화되는 특성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가진 부정적인 기운을 그대로 흡수하여 나의 기분까지 흐트리는 경향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미안해서 곤란한 일을 맡을 때엔 혼자 도맡아 처리하기도 했다. 이러한 나의 강점을 잘 알아두면 해결책을 찾기도 쉬워진다. 긍정적인 시너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을 주위에 채워 영향을 주고받는 것과 일이 많은데 부탁해서 미안하지만, 이라는 대화로 선 공감 후 부탁을 요청하여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해보잔 솔루션을 찾기도 했다.

내가 가진 특성 중 어떤 것을 잘 활용해 볼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어떻게 적용시켜 볼지 생각하게 된 좋은 계기였다. 일과 관련된 방향과 삶의 전반적인 방향 또한 조금 더 뚜렷해 진 것 같아 마음의 짐이 조금 덜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