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블렌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가리킨다. 과시욕이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고가의 물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경우,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값이 떨어지면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구매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소비편승효과’라고도 한다.

이 용어는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이 1899년 출간한 저서‘유한계급론’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 없이 행해진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이른바 ‘에루샤’3사로 불리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이 베블렌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명품 소비가 흔해진다면 명품의 권위도 ‘갑’에서 소비자가 우위인 ‘을’로 바뀌는 게 정상인데, 한국의 명품 브랜드들이 오히려 ‘슈퍼갑’이 되고있는 이유도 베블렌 효과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이들 명품 한국 법인들은 고용 확대에는 인색해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면서도 한국시장에서는 고용이라는 재투자 없이 돈만 벌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소비자들은 수백만~수천만원의 비싼 제품을 구매하고도 질 낮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명품업체들은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줄 서서 사니 굳이 사회 공헌 활동에 큰 돈을 쓸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러니 명품업체들의 횡포는 갈수록 심해진다. 제품가격을 한 해에도 몇 번씩 올리고, 사회공헌에도 무관심하다는 언론의 지적에도 무관심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무관심한 명품업체들에게 철퇴를 내릴 방도는 없는 걸까 궁금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