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염천에 폭서의 기세가 등등하다. 일찌감치 벌써 가을의 시작임을 입추가 알렸어도, 바짝 달궈진 대지는 보란듯이 후끈한 열기로 초목을 시들게 하고 사람들을 피서지로 내몰고 있다. 일단 더위는 피하고 볼 일이라 사람들은 시원한 물을 찾거나 그늘로 모여들어 조금이나마 된더위를 멀리하려는 움직임이다. 폭염에도 멈출 수 없는 작업현장이나 일상에서도 온열질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될 정도로 더위를 먹지 않도록 경계와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오히려 더위에 맞서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도록 움직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푸르름이 하늘까지 차고 넘치는 산을 오른다거나 매미소리 경쾌한 강둑길로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다 보면, 어느새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흘러내리고 등줄기에도 땀이 배여 옷이 소금기로 절여지게 된다. 움직이고 오를수록 땀이 비오 듯하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적으로 이어가다 보면 힘겨움 보다는 묘한 희열감에 빠져들어 더 가열차게(?)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온몸이 흥건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 나면, 그 개운함은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로 상쾌하기만 하다. 필자가 수년째 즐기듯 터득하고 있는 ‘이열치열 극서(極暑) 대처법’이랄까, 열(熱)은 열로써 다스리는 이열치열은 덥거나 열이 날 때에 오히려 땀을 낸다든지 뜨거운 차를 마셔서 이긴다는 논리이다. 한여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 오는 날을 빼고는 거의 매일 자전거 라이딩(20km)과 도보(4.4km)로 출퇴근을 하고 있으니, 생활 속의 운동으로 건강까지 챙기는 나름의 흡족한 비법(?)이 아닐 수 없다.

이열치열은 그러나, 이처럼 가벼운 운동이나 산행 등으로 굳이 땀을 쏟아내면서 더위를 이기는 것만이 아니다.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어떤 일에 몰입하거나 삼매(三昧)에 빠짐으로써 얼마든지 충분하게 삼복더위를 밀치고 이겨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독서나 시낭송으로 삼매경에 든다거나, 이웃을 위한 배려의 마음으로 봉사와 나눔의 손길을 펼치는 몰입과 집중을 통해 한더위를 얼마든지 밀어낼 수가 있을 것이다.

실제 그러한 일들은 도처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포항시 포은도서관 상주작가와 지역 주민의 문학 향유를 돕는 체험 프로그램 ‘낭송이 나리는 금요일’이나 포스코 붓글씨봉사단이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펼치는 서예체험학습 테마의 ‘찾아가는 서예교실’ 등의 활동은 정말 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참여하고 끼와 재능을 나누는 가치로운 활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의미있는 시도로 한여름의 열기가 더 달궈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夏爐冬扇)라는 말을 나름 긍정적으로 해의하여, 여름날에 화로를 대하듯 부지런히 움직임으로서 땀을 흘리고 몰두와 전념으로 더위를 다스린다는 것은, 그만큼 무슨 일이든 주관과 비전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 아닐까? 열중하며 진취하는 사람에게 더위란 강인함을 끊임없이 다듬질해주고 받쳐주는 모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