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어느 시인은 여름철의 무더위를 이렇게 표현했다. “등에 불이 붙는가 하면 머리 위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 아스팔트는 펄펄 끓는가 했더니 어느새 엿가락 늘어지듯 허물거린다….”

여름은 1년 4계절 중 두 번째 계절이다. 태양의 남중 고도가 높아 기온이 가장 높은 시기다. 절기로는 입하(立夏·5월5∼6일)에서 입추(立秋·8월7∼8일)까지다. 우리나라 여름은 대구와 서귀포가 가장 빠른 5월 7일에서 13일경 시작하고 포항과 제주시가 5월 14∼20일, 그 밖은 5월 21∼말일경으로 본다.

습기를 동반한 비가 많아 불쾌지수가 높다. 장마와 태풍, 가뭄 같은 자연재해가 많은 계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4계절 중 여름을 가장 싫어한다.

소서, 대서를 지나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가 어제(7일)다. 대서(大暑·7월 23일)는 예로부터 농부도 모든 일손을 놓고 더위를 피해 나무그늘 아래서 쉬는 때다. 초중고 방학도 무더위가 한창인 이 시기에 시작한다.

절기상 입추가 지났는데도 더위가 물러날 기미는커녕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릴 것 같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침체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승으로 모두가 지쳐있는 이 시기에 더위마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조선시대 유학자인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를 통해 더위를 피하는 8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동쪽 숲에서 매미소리 듣기, 달밝은 밤에 계곡 물에 발담그기 등등이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그 시절 선비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여름나기를 했다. 에어컨 바람에만 매달려 있는 현대인도 선조처럼 자연을 벗삼아 한더위를 피해보면 어떨까. 자연의 정취도 느끼고 전기절약도 하고 말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