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실효성 없는 일방 규제… 재래시장과 상생 정책 필요”
소상공인 “대기업 배 불리는 일… 폐지땐 다시 구렁텅이 속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여부를 두고 소상공인과 대형마트 업체 측의 입장 차가 팽팽하다.

대형마트 업체 측에서는 ‘실효성 없는 일방적 규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전국상인연합회 측은 ‘소상공인을 배제하고 대기업 배만 불리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대 뜻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제는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라 신설됐다. 대형마트 근로자 휴식을 보장하고 대형마트들로 인해 무너지는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등 공익적 취지의 공감대 형성으로 10여 년간 시행돼 지자체는 오전 0시∼오전 10시 사이에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2·4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 휴무토록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골목상권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실효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달 20일 대통령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우수 국민제안 10건 중 하나로 선정하면서 의무휴업폐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유통시장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경쟁 구도보다는 온-오프라인간 대결이 주요한 프레임으로 전환됐다”며 “규제의 형평성 측면도 고려해 실효성 없는 일방적 대형마트 규제보다 소비자 편익과 진정한 재래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정책과 제도를 좀 더 유연하게 개선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부 시민들은 접근성이 좋고 제품 선택지가 다양한 대형마트를 휴일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소상공인들은 골목상권이 위협받는다며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대형마트 규제가 완화되면 젊은 층은 물론 주말이면 시장을 찾던 사람들까지 전부 마트로 발길을 돌려 재래시장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일 오전 10시 찾은 포항시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죽도시장. 낮 최고온도 36℃를 기록하는 무더위 속에 상인들은 “싸게 줄 테니 보고 가세요”라고 외치며 호객행위를 이어갔지만, 걸음을 멈추는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기도 전에 대형마트 휴업일이 폐지되면 다시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죽도시장에서 어머니와 대를 이어 40년 동안 건어물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주수정(47·여)씨는 “코로나가 유행하고 수입이 50% 떨어졌다”며 “새벽 2시 30분에 나와 저녁 6시까지 일하는데도 상품 보관하는 냉동고, 가판 조명 등 전기요금이며 인건비며 물가가 전부 올라 감당이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그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재래시장 상권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는데 이제 와서 폐지를 논하는 게 불쾌하다”고 덧붙였다.

30년간 어시장을 지켜온 김태구(64)씨는 “안 그래도 휴가, 추석철만 반짝이고 10월 이후로는 손님이 3분의 1로 줄어드는데 대기업 마트가 들어서면 동네 슈퍼나 시장은 다 죽는다고 봐야 한다”며 “여기서 고용돼 일하는 사람들도 일용직에 가까워서 의무휴업이 폐지되면 전부 일자리를 잃는다”고 호소했다.

허창호 죽도시장번영회장은 “소상공인의 뜻에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 운동에 열성적으로 동참할 것”이라며 “정부는 골목상권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를 무책임하게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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