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우 ② 국내 조림 사업의 현실

포항 식목행사(1967)

이삼우 원장과 나무와 숲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림(造林) 이야기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 3월 초 울진, 삼척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 때문에 조림에 대한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에 아까시나무와 소나무가 많은 이유, 그리고 앞으로 심어야 할 수종(樹種)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헐벗은 산에는 소나무가 잘 살고 그게 또 밀림이 되어 무성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지고 헐벗게 되니 망국수(亡國樹)라는 거야. 포항도 단계적으로 수종 갱신해야 할 소나무 숲이 많은데, 저대로 놔뒀다가는 나중에 혼쭐날걸.

참나무에는 졸참, 갈참, 신갈, 떡갈, 상수리와 같은 다양한 품종이 있는데, 봄에 새잎이 돋을 때도 그 색이 특별히 아름다운 연둣빛을 띨 뿐만 아니라 가을 단풍 색상이 품격이 높아서 금수강산 소재로 핵심적이랄 수 있지. 게다가 산불도 잘 안 나고.

김 : 조림 분야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것 같습니다.

이 : 우리나라 초창기 조림 사업의 주목적은 벌거벗은 산에 푸른 옷을 입히는 것이었지. 산을 푸르게 하는 것이 1단계였는데, 이때 아까시나무와 소나무를 많이 심었어.

김 : 그래서 우리나라 산에 아까시나무와 소나무가 많군요.

이 : 그렇지. 일단 푸르게 입히자, 했어. 다른 나무는 민둥산에서 잘 못 버티니까.

김 : 일단 입히자? 그다음이 있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요.

이 : 그다음은 2단계지. 2단계는 1단계를 바탕으로 참나무라든가 한 차원 높은 나무를 많이 심었지. 해마다 봄 건기가 오면 발생하는 산불만 해도 그래. 참나무 숲이 많으면 대형 산불의 원인인 수관화(樹冠火)가 잘 안 일어나. 왜냐하면 잎이 겨울에 모두 떨어져서 아무리 강풍이 불어도 산불이 공중으로 날아다니지 않거든. 지표에서 일어난 불은 별로 겁이 안 나. 멀리 빨리 퍼지지도 않고, 참나무 잎은 잘 타지도 않아. 상록침엽수로 인한 수관화가 제일 겁나지.

김 : 수관화가 뭔가요?

이 : 나무 상체에 불이 번지는 걸 말하는데, 주로 소나무를 빽빽하게 심은 지역에서 발생하지. 소나무 가지에 얹혀 있는 마른 잎이나 솔방울 같은 것들이 불덩이가 되어 100미터, 200미터 날아가서 여기저기 퍼트리니 큰불이 되는 것이라. 그래서 소나무를 망국수(亡國樹)라고 해. 산이 헐벗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고 하지. 헐벗은 산에는 소나무가 잘 살고 그게 또 밀림이 되어 무성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지고 헐벗게 되니 망국수라는 거야. 포항도 단계적으로 수종 갱신해야 할 소나무 숲이 많은데, 저대로 놔뒀다가는 나중에 혼쭐날걸.

김 :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이 : 그렇긴 하지. 그래도 걱정되는 지역이 여러 곳 있어. 특히 도로가 있고 마을이 있는 곳이 그렇지.

김 : 시 당국에 조언하지 않으셨습니까?

이 : 참나무는 국내 임업 행정가들한테 잡목 취급을 당했지. 내 말을 귀담아들었으면 참나무 숲으로 많이 바뀌었을 텐데. 그러면 울진, 삼척의 대형 산불 같은 재난이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왜 참나무라 했는가 하면 ‘참’이라는 말은 영어로 ‘파인(Fine)’이지.

김 : 파인(Fine). 예, 훌륭하다, 좋다는 말이죠.

이 : 그렇지. 훌륭한 나무다, 이 말이야.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는 말은 비단에 수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는 뜻이거든. 소나무 숲 갖고 어떻게 그게 돼? 소나무 숲은 그저 산 능선이나 척박한 토양 같은 데 띄엄띄엄 있어야 정상이지. 상록이 아닌 참나무에는 졸참, 갈참, 신갈, 떡갈, 상수리와 같은 다양한 품종이 있는데, 봄에 새잎이 돋을 때도 그 색이 특별히 아름다운 연둣빛을 띨 뿐만 아니라 가을 단풍 색상이 품격이 높아서 금수강산 소재로 핵심적이랄 수 있지. 게다가 산불도 잘 안 나고.

김 : 원장님이 쓰신 다른 글에서도 읽었습니다.

이 : 내가 칼럼으로 수차례 발표한 적이 있어. 그리고 산촌 노인들이 밭둑을 태우다가 산불 냈다고 감방에 잡아넣곤 하잖아? 애초에 대형 산불이 안 나도록 과학적, 생태적 조림으로 대비하면 될 거 아닌가. 예를 들면 은행나무 같은 것.

김 : 은행나무요?

이 : 산기슭 부분을 선발해 상수리, 떡깔나무나 은행나무로 수림대를 조성하는 거지. 은행나무 낙엽은 불이 잘 안 붙어. 겨울이나 봄에 잎을 주워 불을 붙여 봐. 잘 안 붙어.

김 : 소나무 숲이 무성해서 산불이 잘 나는군요. 또 다른 단점이 있습니까?

이 : 둘째는 소나무 숲이 무성하면 강물이며 바다 수질 상태가 나빠져. 계곡물을 위시해 강물 정수가 잘 안 돼 결국 바다 정수력이 떨어지고 말지.

김 : 왜 안 좋아지나요?

이 : 소나무는 침엽수인데 침엽수는 바늘처럼 가늘게 생겨서 퇴적층 만들어지는 속도가 참나무 숲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거든. 참나무 낙엽은 넙적넙적해서 빨리 쌓이는데 소나무 낙엽은 그러질 못해. 참나무 숲은 낙엽이 산골짜기 구석구석에 쌓여 눈이나 비가 오면 물을 잔뜩 흡수하는데, 그걸 다시 우려내듯 서서히 배설하지.
 

포항 학산동 식목행사(1967)
포항 학산동 식목행사(1967)

김 : 그러면서 정수를 하는군요.

이 : 그렇지. 게다가 참나무 잎이며 도토리가 함유하고 있는 특별한 성분으로 정수해서 샛강을 거쳐 바다까지 내려보내는 거야. 졸참나무 같은 것은 단풍색도 고상하니 붉고 멋지지. 가을이 깊어질 때면 상옥에 있는 경상북도수목원부터 하옥의 옥계까지 펼쳐진 참나무 숲이 그야말로 장관이야.

김 : 예, 꼭 가봐야겠습니다.

이 : 떡갈나무는 단풍이 별로지만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 이 말이지. 반세기 전만 해도 일본에는 찹쌀떡 장수들이….

김 : “찹쌀떡”, 이러면서 말이지요?

이 : 그 시절 우리나라에도 겨울철 늦은 밤이면 종을 딸랑딸랑하면서 찹쌀떡을 팔러 다니는 장수들이 있었는데. 그 찹쌀떡을 떡갈나무 잎으로 싸서 파는 거야. 상하지 말라고.

김 : 그래서 떡갈나무군요.

이 : 좋은 점이 또 있어. 참나무 종류는 구황식물로도 좋다고. 상수리나무를 봐.

김 : 도토리 말씀이지요?

이 : 참나무 종류의 열매를 도토리라고 해. 상수리나무는 들판을 내려다보고 열매를 단다고들 하지. 그해 흉년이 들 모양이다 싶으면 도토리가 많이 열리고, 풍년이겠다 싶으면 조금만 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야.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이삼우 원장은 참나무만 좋아한다, 소나무를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마시게. 그런 뜻은 아니니. 그렇게 여긴다면 그건 오해야.

김 : 그렇지 않아도 여쭈려고 했습니다. 기청산식물원으로 들어오는 길에 청하중학교 앞 관송전(官松田)을 보며 참 좋다, 정말 잘 가꾸셨구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소나무를 망국수라 하시니 조금 의아했습니다.

이 : 소나무 하나로 밀림을 이루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 소나무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김 : 솔숲이 학교를 두르고 있어서 청하중학교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겠습니다.

이: 내가 청하중학교를 인수하고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이 꽃나무를 심으며 아름답게 조경한 것이지. 솔숲도 공들여 가꿨어. 솔숲이 있어서 교직원과 학생들 기상이 늘 푸르지. 수령 200년 이상 된 노거수림(老巨樹林)은 아무나 관리 못 해. 조경수로 소나무가 인기를 누릴 때는 이 소나무들을 팔라고 서울에서 의뢰가 들어왔지. 그때 돈으로 한 그루에 1천만 원씩 주겠다고 해. 요즘 돈으로 치면 5천만 원쯤 되겠는데, 서울로 가져가고 싶다고 하더군.

김 : 서울로요?

이 : 광화문광장에 심겠다고 하길래 안 된다고 했지. 내가 우리나라에서 노거수회를 가장 먼저 창립한 사람이고, 노거수와 마을 숲을 보호해야 한다고 운동을 펼친 사람인데 그럴 수는 없지.

대담·정리 : 김강(소설가)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사진 제공 : 김진호(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