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런지 흥해 들녘 곳곳에는 지금도 솟아나는 샘이 여러 곳 있다. 상수도가 설치되면서 곳곳에 있던 우물은 메워졌고, 도로 개설과 마을이 개발되면서 샘터도 사라졌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흥해읍에서 가까운 칠포해수욕장으로 모래 뜸질이나 물놀이 갔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녘에서 솟아나는 샘물에 목욕도 하고, 여인들은 빨래를 했다고 한다.
망천리 주택가에 있는 ‘연담’과 마을 한가운데 있는 ‘벌샘’에는 지금도 맑은 물이 샘솟는다. 벌샘의 물은 식수와 농업용수로 활용 될 뿐 아니라 마을신을 모시는 의식을 행할 때도 정화수(井華水)로 활용하기도 했다. 맑은 물이 항상 솟아나는 곳이라 주변에는 미나리 밭도 형성되어 있다. 특히 ‘새말리 참샘’은 흥해 들녘 한가운데 있으며 수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수온이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원하여 여름에는 피서지로, 겨울에는 물이 얼지 않아 빨래터로, 농번기에는 농업용수로 활용되었다.
‘새말리’라는 어원은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샘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새로 형성된 마을’이라 하여 ‘새마을’을 줄여서 ‘새말’이라 불리었으며, ‘리’는 ‘마을’을 한자화 하면서 ‘리(里)’를 첨가하여 ‘새말리’라 칭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은 마을과 가까운 들녘에 있다. 적당한 높이로 두 계단을 만들어 발을 물에 담그고 앉을 수 있도록 해 두었으며, 샘물이 솟아나는 바닥은 자갈을 깔아 깨끗하다. 마을 주민들은 ‘국내 유일한 노천탕이기에 항상 아끼고 깨끗하게 보존해야 할 우리고장의 자랑’으로 여긴다.
흥해읍은 2017년 11월 발생한 지진으로 곳곳이 큰 상처를 입었다. 깊은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어 가는 중이다, 샘터와 가까운 곳에 오일장(장날 2·7일)이 열리는 재래시장도 있다. 새롭게 단장한 ‘흥해장’에서 시원한 냉국수도 맛보고 ‘흥해들’에 있는 ‘참샘’에 발이라도 담그면 멋진 피서가 될 것이다. /이순영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