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정해란 경북지체장애인協 영덕군지회 여성자립팀 과장
영덕서 10년간 고령 여성 장애인들에 시낭송 교육
우울증·외로움 사각지대 탈피… 심리적 자립 도와
“전국시낭송대회 전원 수상 등 자존감 찾을 때 보람
장애인들의 노년에 행복한 원동력·햇볕 되길 바라”

정해란 (사)경북지체장애인협회 영덕군지회 여성자립팀 과장
정해란 (사)경북지체장애인협회 영덕군지회 여성자립팀 과장

“시는 마음을 열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치료 효과가 있습니다. 시 낭송 치유는 재능이 아니라 시(詩) 자체가 가지고 있는 효과 덕분입니다. 말벗이 되어 얘길 들어주면 벽이 허물어지듯 가슴 속에 담아뒀던 얘기들을 털어놓게 됨으로써 굴레를 벗어 치유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해란 (사)경북지체장애인협회 영덕군지회 여성자립팀 과장은 장애인들의 수호천사로 알려져 있다. 정 과장은 10여 년간 영덕군 장애인단체에서 근무하며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고령의 고독사, 우울증, 외로움 등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고령 여성 장애인들에게 시 낭송을 가르쳐주고 시 낭송을 통해 심리적 자립을 도모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줬다. 여성 장애인들의 마음과 영혼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정 과장을 지난 12일 만났다.

-여성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고 있는데. 주로 하는 일은 어떤 건가.

△여성 장애인들의 사회적 고립은 인적자원을 포함한 사회적 자원동원에 악영향을 미친다. 교육적 욕구가 높아져 가는 시대적 흐름에 맞춘 이용자 욕구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참여자의 자존감 향상은 물론 사회성을 높이고자 문화, 복지, 예술, 고용, 인권문제 등 향후 장애인 여성 복지문제도 동일한 시각으로 접근한다. 자립실현, 인권차별철폐, 교육강화, 사회문화체험 등 다각적인 변화추구를 모색하면서 여성 장애인도 당당한 사회인으로 활동하여 지역 발전에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옹호하고 지지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시 낭송 치유 봉사에 열정을 쏟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시는 사랑이다. 시를 읽으면 성질이 급한 사람도 느긋해지게 만들고 입이 험한 사람도 곱게 만들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묘한 효과가 있다. 장애인들은 가슴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시를 읽으면 상처도 꽃이 된다고 했다.

-그동안 일하면서 힘들거나 보람 있었던 일을 소개한다면.

△과정을 통해 성과가 나타났을 때, 즉 결과물이 만들어졌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2021년 전국장애인시낭송대회에서 3명이 출전을 하여 1명이 은상, 2명이 장려상 등 모두 수상한 일은 감동이고 보람이었다. 수상자들은 70대 중반의 고령이지만 심성부터 곱디고운 여인네들이었다. 노년의 자아존중감을 찾고 나로 인하여 주위가 밝아지고 가족이 행복해지고 서로의 믿음이 생기는 것을 볼 때가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장애인 시 낭송 교육은 언제 시작했나.

△2019년도에 주 1회 수업으로 시작했다. 시 낭송 교육은 시의 숨결과 시인의 생각을 공감하고 감동을 느끼면서 아름다운 정서를 통한 자아실현과 나를 개발하게 할 목적이었다. 말을 더듬거나 말끝을 흐리는 등의 잘못된 언어습관을 고치고 대중 앞에서 담대한 발표력을 키워 당당함을 통해 살아 숨 쉬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며 내 속에 잠재돼있는 나를 찾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사회참여의 계기를 통해 함께 소통하고 동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삶의 질을 향상하는 나비효과를 기대하면서 시 낭송 교육을 시작했다.

-교육 이후 장애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소리 예술인 시 낭송은 귀로 듣는 곡조의 문학이며 읽고 낭송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희망을 담는 힐링의 시간이 된다. 참여의 기회를 통해 사회적 욕구 해결, 자신감 회복, 자존감 고취 등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 서로 힘을 불어 넣어주는 시간 속에서 상호신뢰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장편의 시를 외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자부심으로 도전하는 진취적인 성향도 개인적으로 도드라졌으며, 치매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준 것 같다.

-장애인들과 오랜 시간 생활하고 있는데 장애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 것 같나.

△장애인복지정책이 물질에 치중돼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목이 아쉽다.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장애인들은 가족과의 분리와 생계의 어려움, 건강과 고독감 등으로 하루하루 무기력과 외로움으로 살아간다. 그분들의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즐겁고 행복한 노년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복지서비스 체계구축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한비야 님의 난초론 중에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정성을 들이라는 글이 있다. 난초를 키우는 과정에서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큼 아름다운 꽃을 얻을 수 있듯 좋은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인연이란 그냥 내버려 두어도 저절로 자라는 야생초가 아니라 인내를 가지고 공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 포기 난초라고 했다. 나로 인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고, 나의 열정이 그분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노년의 삶에 따뜻한 햇볕이 되었으면 좋겠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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