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진 찍으려는 커플 발길
토·일 오후엔 야외 음악회도

붉은 작약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서악 마을.
초여름, 그리고 가을. 두 가지 얼굴로 변신하는 마을이 있다. 바로 서악이다.

신라문화원의 노력으로 5월엔 작약, 10월엔 구절초가 피어나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이맘때 무열왕릉 뒤를 올려다보면 붉은 작약이 피어난다. 무열왕릉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아기자기한 동네 골목길을 올라갔다. 서둘러 5분쯤 올라가니 도봉서당이 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로 알록달록한 등을 두른 서악 삼층석탑과 새색시 비단 치마 빛깔의 작약이 보인다. 올해는 부처님 오신 날이 예년보다 계절을 조금 앞서는 바람에 꽃보다 등이 먼저 달렸다.

신라문화원 진병길 원장은 “석탑은 긴 시간 쉬고 있다가 2주간 연등과 꽃으로 곱게 화장하고 세상에 제 모습을 빛낸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재와 꽃이 만났을 때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그 기간 동안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와 3시엔 야외 음악회도 즐길 수 있다. 한 회당 대략 40분 정도로 국악과 뮤지컬까지 수준 높은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은 ‘문화재돌봄사업단’이 준비한 행사로 이는 문화재와 꽃의 만남이 불러온 결과물이다.

작약이 아직 채 만개하지 않았지만 평일 오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어린 자식에게 사진을 찍어주기 위한 젊은 부모부터 노년의 커플까지. 다들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해 여념이 없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서악은 무열왕릉이 있어 수학여행 오는 학생들이 찾는 정도의 공간이었다. 길가의 몇몇 상점을 제외하고 마을과 관광은 별개로 보였다. 하지만, 10년 사이 신라문화원의 노력이 조금씩 물들어가듯 마을을 변화시켜 완성작이 되었다.

대나무에 가려 보이지도 않던 서악동 삼층석탑도 그들의 노력 덕분에 온전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몇 년 전부터는 꽃이 필 무렵 주말엔 주차가 힘들 정도로 찾는 여행자들이 많아졌다. 사람의 노력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잊혀진 석탑에 생명을 불어넣고 마을을 바꾸어놓았다.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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