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3년 만에 ‘회복’ 의미 담은 새 싱글
“훗날 저희 음악 ‘스탠더드’ 됐으면”

밴드 플라워의 공연 모습. /인타임엔터테인먼트 제공
밴드 플라워의 공연 모습. /인타임엔터테인먼트 제공

‘엔드리스’(Endless), ‘애정표현’, ‘눈물’….

국내 가요계에서 록 발라드가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제목만으로도 팬들을 설레게 했던 이런 노래는 그 시절 단연 ‘노래방 18번’이었다.

1999년 데뷔한 밴드 플라워는 록 발라드 장르의 대표주자로 큰 사랑을 받았다.

다양한 음악 작업을 하면서도 지난 23년간 ‘플라워’라는 이름으로 끈끈히 뭉쳐왔던 고유진(보컬), 김우디(베이스), 고성진(기타) 세 사람이 지난달 약 3년 만에 신곡을 내놓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플라워 멤버들은 새 싱글 ‘시간의 끝에서’를 소개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 3년 만에 나온 이번 곡은 ‘회복’의 의미”라고 입을 모았다.

고성진은 “다 써놓고 꽤 기다렸던 곡”이라며 “어떤 곡을 낼지 고민이 많았던 탓에 썼다가 지우고, 템포도 빠르게 했다가 늦췄다가 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작업한 건 록 발라드 장르”라며 웃었다.

이 곡은 지나간 사랑이 시간의 흐름 속에 잊히는 과정을 플라워의 스타일로 그려냈다.

“플라워의 대표곡을 보면 죽음을 불사를 만한 뜨거운 사랑이 주를 이루죠. 이제는 시간이 흐른 만큼, 그때처럼 뜨거운 사랑은 아니지만 이를 추억하면서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싶었어요.” (고유진)

가장 자신 있는 록 발라드 장르의 곡이지만, 변화를 시도한 흔적도 곳곳에 묻어난다.

김우디는 “플라워스러운 게 우리에게 가장 잘 맞다. 그래서 음악은 우리 스타일로 하되 보컬적으로는 감정을 덜고 조금 담백하게 부르면서 요즘 스타일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밴드 플라워. /인타임엔터테인먼트 제공
밴드 플라워. /인타임엔터테인먼트 제공

고성진은 “신곡을 준비하면서 느낀 건 역시 고마움”이라며 “우리 음악을 좋아하고 꾸준히 들어주시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하다. 연차가 오래될수록 고마운 마음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원년 멤버로 함께 해온 시간이 만 23년, 인생의 절반가량을 ‘플라워’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셈이다.

고유진이 “인생의 반을 형들이랑 같이했다”며 “내게 플라워는 마치 문신 같다. 몸 깊숙이 각인이 돼서 이제 어딜 가서도 나를 소개할 때 앞에 ‘플라워’라는 세 글자가 따라온다”고 말했다.

김우디는 “오래 알고 지냈지만 우리끼리는 정말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며 환히 웃었다.

“언제가 가장 행복했느냐고요? 지금이죠. 멤버들 모두 건강하고 음반을 내며 활동하는 것에 감사하죠. 23년된 그룹이 아직도 활동하고 공연을 한다는 점에서 행복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김우디)

멤버들은 ‘제대로 관리해서 60살까지는 거뜬히 활동하자’, ‘우리도 롤링스톤즈처럼 오래 해보자’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세월의 무게가 더해지면서 ‘선배 밴드’로서 느끼는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없을까.

고성진은 “플라워 활동 초기에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식으로 편하게 했었는데 지금은 책임감이 있다. 국내에서 밴드가 많이 다운(침체)된 상황인데 우리가 버텨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후배 밴드들을 향해 “밴드가 어릴 적 꿈이었는데 정말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가면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플라워는 데뷔 25주년, 30주년이 되어도 지금처럼 음악으로 팬들과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고유진은 “오래도록 좋은 명곡을 내는 밴드, 변함없는 밴드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고, 고성진은 “내가 어렸을 때 들었던 곡들처럼 훗날 ‘스탠더드’(standard·표준) 음악이 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플라워는 이달 14일 오랜만에 무대 위에서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제는 별다른 연습 없이 눈빛만 주고받아도 될 듯하지만, 팬들에게 더욱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고자 만날 때마다 4∼5시간씩 연습한다고 한다.

“관객들이 환히 웃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마스크는 써야 하니 아직 힘들겠죠? 아쉽긴 하지만 팬들의 ‘떼창’을 들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좋을 것 같아요.” (고유진) “무대에 오르면 정말 울컥할 것 같아요.” (고성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