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사진가 나호권
지역활동 중견 사진가 ‘2022 포항우수작가 초대전’ 선정
16일부터 중앙아트홀서 ‘집을 zip하다’ 주제 시민과 소통
“모든 작품 속 파란 하늘, 희망과 코로나 블루 이중적 의미”

나호권 사진가.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갖는 의미가 최근 들어 가족 간 소박하면서도 행복이 가득한 곳에서 부의 축적 수단으로 변해가고 있죠. 그래서 많은 분과 집의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고자 합니다.”

나호권 사진가는 포항에서 25년간 줄곧 활동하고 있는 중견 사진가다. 지난 2005년 해병대 1000기 기념화보집을 기획 촬영 편집했고, 포스코한마당·김훈사진학원 등에서 사진을 강의했다. 2018년부터 사진가들을 모아 비움 프로젝트를 기획해 스터디(study)하고 매년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재)포항문화재단에서 매년 선정하는 포항 우수작가에 올해의 우수작가로 선정돼 오는 16일부터 포항시립 중앙아트홀에서 사진전을 연다. 지난 9일 그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가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나 스스로가 지향하는 순수사진에 초점을 맞춰 사진가를 정의하고 있다. 사진가는 자신의 철학이나 사상, 이념 그리고 경험과 상상을 통해 대상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의문을 던지는 목적으로 카메라를 도구로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린다.

-사진 작업에 있어서 지향하는 것이 있다면.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 단순하고 함축된 이미지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폭넓은 사고의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절제된 형태의 미학과 물성을 통한 은유와 심리적 암시로 깊고 넓은 표현이 가능하고, 다양한 대상과 소통할 수 있다. 또한 간결하고 명료한 제시는 여기가 많아 나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남기게 된다. 그래서 내 작업의 결과물과 대면할 대상에 나 자신도 포함된다.

-사진예술의 매력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지만, 나는 특히 사진 작업 과정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일상이나 익숙한 환경 속에서 소외되었던 대상과의 만남을 즐긴다. 그래서 나의 촬영 장소는 대부분 내가 생활하는 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나의 작업은 늘 여유롭다. 사진 작업은 일상을 달리 보게 하고 시야를 넓게 하며 사고의 폭도 넓게 한다. 그리고 내 심신의 상태 변화에 따라 모든 대상이 달리 보이는 것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도 한다.

-‘2022 포항우수작가 초대전’에 선정됐다. 소감은.

△포항예총의 추천으로 선정됐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20대 후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동경해 오던 카메라를 잡게 되었다. 포항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동아리인 칠광사진동우회에 입회하여 설산 박종하 선생님과 동우회 선배님들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30대 중반에 사진영상학과에 편입해 사진 공부를 더 하게 되었다. 25년이 넘도록 내 곁에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한 사진이기에 이번 우수작가 선정은 큰 기쁨이다. 전시회는 오는 16일부터 포항시립 중앙아트홀에서 열린다. 1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초대전시의 주제가 ‘집을 zip하다’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집안에서 한정된 생활로 자존과 사회성까지 찾아야 하는 언택트 시대와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고 나아가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N포시대를 빌어, 과연 집은 어떤 의미이며 그 가치 기준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고자 했다. 모든 작품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포함시킨 이유는 푸른색이 희망의 색이기도 하면서 ‘코로나 블루’와 같이 우울함을 의미하기도 하는 이중적 의미를 가감 없이 내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서 초대 사진전을 열었는데.

△서울 토포하우스와 갤러리 강호에 초대되어 언택트시대 ‘잇다’라는 개인전을 열었다. 전봇대를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우리 일상 속 소외되고 평범한 사물들을 통해 존재의 의미와 인간과 삶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드러냈다. 고독하고 초라한 우리의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진행 중인 활동은.

△올해도 활발히 스터디를 통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가을 무렵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그리고 전국의 각 지역에 사진가 한 사람씩 참가하여 장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축소도시 프로젝트’와 전봇대를 소재로 한 두 번째 개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지난 3월에 울릉도 사진 여행 보고전 ‘울릉사색’전에 참여하였고, 호텔 영일대 갤러리 웰 개관 기획전 ‘01’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이달 말에는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White Red Black 2022’ 기획전에 참여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진행 중인 사진 작업을 즐겁게 해 나갈 것이다. 사진 작업 외로 매년 진행하고 있는 ‘사진공간 비움’ 기획전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며, 사진 공부를 함께하며 연구하는 소규모의 그룹이 있다. 이들과 진지하면서도 즐거운 사진 공부를 계속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