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사진작가 김수정
스트레이트 포토그라피 기법을 이용해
연출, 조정 없이 기록사진· 예술사진 통합하려 해
해녀들의 삶·동해안 별신굿·마을제사 등 작업 계속

김수정 사진작가

“문화, 역사, 전통…. 사라지는 것들을 빨리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만드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말이죠. 그래서 해녀들 삶의 궤적을 기록하고 있어요.”

포항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에서 만난 김수정(54) 사진작가의 말이다. 김 작가는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한 다음 대학원에서 사진영상학을 공부하고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다소 이질적인 전공이라고 볼 수 있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인간다움에 포커스를 맞추면 전공이 작가에게 더 깊은 세계관을 열어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9일 김 작가를 만나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세계관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은 그림에 소질이 없어 사진을 배우게 되었다. 관찰력이 좋은 편인데 발견해내고 포착하고 나만의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참 즐겁다. 결정적 순간을 좋아한다. 촬영 다니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쪽 사정을 더 알게 되고 인물 탐구도 되고 역사도 더 알게 되어 호기심이 많은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이다. 인터뷰 사진 촬영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인터뷰어를 두고 직접 궁금한 걸 질문도 하곤 하는데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다.

-해녀 사진에 천착하고 있다. 그동안 활동을 소개한다면.

△전부터 해녀 사진은 찍고 싶었지만 허락해주지 않아서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2019년 포항문화재단의 권역별 사업에 구룡포 호미곶 해녀 사진 작업이 있어 어촌계장님들의 협조하에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이분들이 비협조적이어서 거부를 많이 당했다. 거의 마지못해 찍혔다고 해야 할 뒤통수 사진뿐이었다. 제가 일부러 더 “언니, 형님, 어무이”하고 친근하게 다가가니 점점 마음을 열어주시고 문어, 전복, 미역, 해초, 소라 등을 나눠주시면서 동생, 딸처럼 반겨주신다. 계절마다 작업의 형태가 다르고 강인하면서 따뜻하게 사는 모습, 공동체 생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김수정 作
김수정 作

-즐겨 하는 작품들의 제작 과정과 작품이 주는 의미를 소개한다면.

△스트레이트 포토그라피 기법으로 연출, 조정 없이 기록사진과 예술사진을 함께 통합하려고 한다. 바다, 기록해야 할 인물들, 전통(한지, 옹기, 사찰), 경산 코발트광산, 호스피스환자, 바닷가 사람들을 주로 작업했다. 실크로드를 계획했다가 결혼하는 바람에 진행을 못 했다. 많이 아쉽다. 필름카메라만 있고 디지털카메라가 없을 때 핸드폰으로 작품을 찍어 사진전을 열었다. 이때 작품을 많이 팔아서 캐논 마크3 중고로 구입하여 지금껏 쓰고 있다. 폰카메라로 꽃 사진을 많이 찍어서 나를 꽃 사진가로 알고 있는 지인들이 많은 데 원래부터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앞으로도 해양지역의 문화인 동해안 별신굿, 마을 제사, 음식, 해녀 등을 계속 작업할 계획이다.

-다큐 사진가로서 자신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사진은 보이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재현하는 매체다. 사실적이고 직접적이어서 처음부터 기록이라는 강력한 기능을 발휘했고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생겼고 문자로 기록된 역사에서 새로운 기록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와는 다르게 동해안 해녀의 기록은 전무한 상태다. 나의 작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꾸밈없는 자연스러움, 생생한 작업현장, 인물들의 표정, 살아가는 이야기가 좋다.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 이야기,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등 사람 냄새가 나는 사진을 찍고 있다.

-그동안 150여 명의 해녀를 만났고 그중 50여 명의 해녀 프로필사진을 촬영했다. 계기가 있었나.

△바다에서 작업하는 사진을 찍다가 강렬하고 당당한 모습의 해녀 프로필 사진을 구상하게 되었고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해보니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초상사진이 나왔다. 문제는 해녀복을 입고 촬영하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어서 여섯 분밖에 못 찍었다. 그래서 해녀 사랑방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바다 작업하는 날 작업 시작 전에 해녀복 입은 채로 촬영을 잽싸게 하였고 점점 협조를 해주셔서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앞으로 경북 동해 해녀 1천여 명의 프로필사진을 찍는 걸 목표로 두고 있다.

-기억에 남는 해녀가 있다면.

△저를 셋째딸로 대해주시는 83세 현역이 계신 데 현대사의 아픔을 오롯이 겪으신 분이시다. 많이 힘드셨을 텐데 여전히 당당하고 씩씩하시다. 매년 정월 초에 용왕님께 감사 인사를 올리시는데 3년 만에 겨우 찍었다. 날씨가 안 좋거나 건강이 나빠져서 계속 미뤄지고 작년에는 초파일에 절에 따라가기까지 했는데 계단에서 굴러 다리를 다치기도 했었다. 이분 사진은 특집으로 작업하고 있다.

-카메라가 보편화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촬영한다. 팁을 하나 준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고 사진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시기를 권한다. 많이 찍어야 실력이 는다. 예전에 필름 100롤 1박스를 매달 썼다. 지금은 디지털이어서 얼마든지 많이 찍을 수 있지 않나. 많이 찍은 만큼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동의한다. 가장 포항다움이 가장 한국적이라고 생각하고 해양문화 보존 전승, 지역문화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으로 계속 이어가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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