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려면 실력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줘야 한다는 말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통한다.

지난 15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에서는 일본과 캐나다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2018년 평창 대회에 이어 이 종목 2연패에 도전하던 일본은 결승선을 반 바퀴 남겼을 때 캐나다를 0.32초 차로 앞서 있었다.

그런데 맨 뒤에 달리던 다카기 나나가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결국 캐나다가 2분53초44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가져갔고, 일본은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다카기는 경기를 마치고 서러운 듯 오래 눈물을 쏟았다.함께 경기에 나선 동생다카기 미호는 언니를 끌어안고 달랬다.

다카기 나나는 경기 뒤 “넘어져 버린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어떤 말도, 생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를 결합한 종목인 노르딕복합의 라지힐-10㎞ 경기에서는 안타까운 실수에 메달을 아예 놓친 선수가 나왔다.

월드컵 랭킹 2위인 노르웨이의 얄 마그누스 리베르는 이날 먼저 열린 스키점프 경기에서 1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리베르는 순위가 결정되는 크로스컨트리에서 2위 선수보다 44초나 먼저 출발했다.

하지만 리베르는 경기 초반 코스에서 벗어나 엉뚱한 길로 가버리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바른 코스로 돌아왔을 때, 리베르는 2위로 처져 있었다.

‘천금’같은 44초의 이득을 한 번의 실수로 날려버린 리베르는 결국 8위로 경기를 마쳤다.

리베르는 평창 대회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으나 개인전에서는 노멀힐-10㎞와라지힐-10㎞, 두 종목에서 4위를 해 아깝게 입상에 실패한 기억이 있는데, 베이징에서도 개인전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리베르는 “정말 바보 같은 실수로 금메달을 놓치는 장면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게창피하다”면서 “지금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17일 열릴 단체전에 꼭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 스노보드 선수 쑤이밍(중국)은 자신의 실수가 아닌, 심판의 실수에 메달 색깔이 바뀌는 불운을 경험했다.

쑤이밍은 지난 7일 열린 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1위와 2.26점 차로 은메달을 받았다.

그런데 금메달을 따낸 맥스 패럿(캐나다)이 연기 도중 보드를 손으로 잡는 동작을 완벽하게 못 한 사실이 경기 후에 밝혀졌다.

‘1, 2위가 뒤바뀌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분노한 중국 팬들은 심판을 비난했다.
쑤이밍은 성숙하게 대처했다.

그는 “판정이 쉽지 않은 종목의 특성을 이해하며,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므로심판을 비난하기보다 금메달을 딴 패럿을 축하해달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쑤이밍은 15일 스노보드 남자 빅에어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하며 불운을 스스로 완전히 날려 보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