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오늘(19일)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을 위한 간담회를 갖지만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해 아쉽다. 대선보도 영향도 있겠지만, 인구만을 기준으로 한 현행 선거구 획정방식이 농어촌지역 정치소멸을 가져온다는 문제의식을 언론사들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반영하는 현상이다. 현행대로 사람수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나눌 경우, 인구가 집중되는 수도권은 지방선거나 총선거 의석수가 계속 증가하게 되고, 반대로 비수도권 의석수는 정원을 늘리지 않는 한 줄어들게 된다. 국회의원 선거구의 경우 지금도 수도권 의석이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경북 성주·청도군을 비롯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선거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 농어촌 자치단체 13곳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도 언론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8년, 광역의원 인구 상하한선 편차를 4대 1에서 3대 1로 바꾸라고 판결하면서 올해 지방선거부터 이들 자치단체의 광역의원이 각각 한 명씩 줄어들게 돼 있다.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농어촌 지역 선거구의 경우 인구 하한선과 함께 선거구 면적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예천군을 예로 들면 현행 선거구 획정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예천군은 19대 총선(2012년)부터 21대 총선(2020년)까지 매번 선거구가 조정됐다. 19대에는 문경·예천 선거구, 20대에는 영주·문경·예천 선거구, 21대에는 안동·예천 선거구에 속했다. 예천군은 2024년 치러지는 22대 총선에서도 군위군의 대구편입이 예고돼 있어 또다시 선거구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 때마다 예천군민들이 느끼는 ‘정치적 소외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선거구획정의 기본방향과 관련해 ‘사람 수가 적은 농어촌지역은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하게 되면 지역대표성이 선거구획정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도시로의 인구유입과 농어촌 인구감소가 가속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구수만을 편향되게 적용한다면 농어촌 선거구는 도시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면적이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주에서 하원 선거구를 획정하면서 인구수 외에도 지리적 인접성, 지역이익의 대표성 등을 일반적인 획정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거구획정 개선과 관련한 입법안이 여러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정개특위에서 한번도 심사받지 못한 채 폐기돼 왔다. 총선때마다 수도권 의석 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국회에서는 수도권 규제완화 입법이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4일 수도권 군사시설 제한보호구역이 대거 해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반의석을 획득한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의사결정은 블랙홀처럼 모든 자원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국회가 국토 전체를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 개선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길 기대한다. 선거구 획정이 합리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의석수를 무기로 한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권력남용을 막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