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얼마 전 ‘시인의 저녁’을 방송하다가 도이칠란트의 ‘어린이 대학’에 관한 내용을 알게 되었다. 내가 유학했던 나라의 소식을 타자에게 전해 들으니 조금 쑥스러워졌다. 하지만 그 내용이 의미 있고 아름답기로 여러 사람이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세상에 특별한 비밀이나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알고 계신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우리나라가 들썩거릴 때 도이칠란트 ‘튀빙엔 대학’에서 처음으로 어린이 대학이 시작된다. 일곱 살 이상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교수들이 다채로운 주제를 가지고 강의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린이 대학 참가자들은 시험을 치르지 않고, 따라서 성적도 없다. 학생들은 대학의 학생 식당을 이용하고, 대학 당국은 학생증까지 발급한다. 어린이 대학생들을 위한 대우가 극진한 것이다.

대학 교수들이 제공하는 강의 주제 몇 가지를 소개한다. ‘왜 공룡은 사라졌을까?’, ‘사람은 왜 죽어야 하는가?’, ‘학교는 왜 그렇게 지겨운가?’, ‘어째서 우리는 웃기는 얘기를 들으면 웃는가?’, ‘왜 누구는 가난하고, 누구는 부자인가?’, ‘왜 나는 나일까?’ 이런 주제를 놓고 해당 분야의 전공 교수들이 최대한 쉬운 어휘와 본보기로 어린이들에게 강의를 베푼다는 게다. 야, 하는 감탄사가 입에서 절로 튀어나온다.

2002년 이후 ‘어린이 대학’ 기획은 세계 전역으로 확산하여 이웃 나라 일본과 동유럽의 루마니아, 남미의 브라질과 오스만튀르크의 후예 터키에서도 어린이 대학 프로그램이 성행한다. 더욱이 ‘유럽 어린이 대학 네트워크’ 회원국이 무려 29개국에 달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물론 어린이들이 강의 내용을 모두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최고 교수들에게 세상의 온갖 궁금증을 묻고 대답을 듣는다는 즐거움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의 경각심을 잡아끈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어린이 대학 설립에 딸린 원칙 네 가지다. 첫째, 분과학문을 넘어 석학의 전문지식을 어린이 눈높이로 전달할 것. 둘째, 어린이들에게 대학을 재미있게 경험하는 기회를 줄 것. 셋째, 모든 강사는 재능기부를 원칙으로 하여 강의는 모두 무료로 운영할 것. 넷째, 신청하는 학생은 전원 수용할 것. 만세! 하는 탄성이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교육 현장을 생각해보시라. 어린이 대학은 만 7세 이상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기에 우리 기준으로 보면 초등학교 1학년부터다. 한국의 초중등생들은 저 나이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학교 수업도 모자라 각종 학원에서 속셈, 영어, 태권도, 피아노, 웅변에 이르기까지 온갖 잡다한 것들을 배우느라 진이 빠지고 있지 아니한가?! 무엇을 위해서 왜 그렇게 이런저런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가?!

우리는 사람 대신 인적 자원이라는 용어를 쓰는 희한한 나라다. 인간을 소모품이나 생산재가 아니라, 스스로 사유하고 인식하는 인간 본연의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면 이제라도 어린이 대학을 설립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