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지난 11월 12일, 울릉군에서는 주민 설문조사 및 울릉군 상징물에 관한 조례에 의해 울릉군 군어로서 오징어를 공식 지정했다. 그동안 울릉군 군목으로서 후박나무, 군조로서 흑비둘기, 군화로서 동백꽃을 지정하여 왔지만, 군어는 지정하지 않았다.

강원도 고성의 명태(1999년 지정), 경북 영덕의 황금은어(2008년), 부산 기장의 멸치(2016년), 경북 경주의 참가자미(2016년) 등 타지자체에서는 일찍부터 시어 혹은 군어를 지정하고 지역의 대표 수산물을 홍보해 왔다.

오징어는 울릉도 수산물 판매액의 96%를 차지할 정도로 울릉도의 절대적인 수산물이며 또한 1902년 무렵 울릉도에서 오징어 조업이 시작된 이래 울릉도 100여년의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울릉도의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심지어 울릉도 오징어는 울릉도 인구 변화의 바로미터였다. 1910년대 울릉도 오징어 어장이 번창하자 일본인들의 울릉도 이주가 본격화됐고, 1930년대 어장이 쇠퇴하자 물밀듯이 울릉도를 떠났다. 1970~80년대 오징어 조업과 함께 명태 조업이 번창하자 울릉도 인구는 2만9천810명까지 치달았다. 그렇게 울릉도 오징어는 척박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삶을 일궈온 울릉도민들의 보물이었다.

울릉도 오징어의 주어종인 살오징어는 단년생이며 회유하는 특징이 있다. 주로 가을철에 동중국해와 동해의 일본 연안에서 산란한 후에 대마난류를 타고 동해로 유입하면서 점차 성장하며 산란시기가 오면 다시 산란장으로 되돌아가 산란 후 일생을 마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오징어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수역에서 좋은 어장이 형성된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수역이 적절한 수온과 함께 오징어의 먹이 자원이 풍부한 이유이다. 울릉도·독도 주변해역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수역에 위치하고 있어 오랫동안 오징어의 대표적인 생산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양환경변화에 따라 남쪽에서 따뜻한 물이 크게 강화되면서 한류와 난류 교차 수역이 멀리 북상하며 오징어 어장 또한 울릉도 북쪽으로 멀리 이동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전히 울릉도는 그 어장과 가장 가까운 조업 전진기지이다.

울릉도 오징어는 맛이나 품질면에서 최고의 명성을 이어왔다. 왜 울릉도산 오징어는 맛이 뛰어날까? 우선 지리적인 특징에서 기원한 재료의 신선함이다. 울릉도는 동해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고 소형 어선이 대부분이라 동해연안의 다른 지역과 다르게 당일 조업이 전통적으로 발달해와 밤새 조업한 오징어가 새벽녘이면 바로 어판장에 공급되었다.

두 번째는 천연의 자연환경에서 오는 건조 환경의 특별함이다. 동해 한복판에 위치한 섬이라 해풍의 영향과 함께 적절한 습도, 해양성 기후라는 특성상 적절한 기온 등은 어머니의 품처럼 하나하나 대나무에 끼여진 오징어를 감싸 안았다. 울릉도를 둘러싼 건조 환경은 마치 고려청자를 굽는 최고의 불조절자 같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울릉도 오징어가 최고의 맛을 이어온 것은 건조 작업과정의 특별함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어판장에서 씻겨진 오징어를 바로 대나무에 끼우고서 햇볓에 말리기만 하면 건조오징어가 되는 줄 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질서 있는 손놀림이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무려 10여 단계의 손놀림을 거친다. 어판장에서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는 과정, 대꼬챙이에 20마리씩 끼우는 과정, 물로 세척하는 과정, 건조장으로 운반, 건조장에 너는 과정과 함께 탱기치기, 발떼기, 귀 뒤집기, 귀 세우기 등이 연이어 이어진다. 오징어의 각 부위를 골고루 적당하게 말리기 위한 과정이었다. 동해안과 비교되는 울릉도만의 특별한 방식이다. 또한 울릉도 해안을 둘러싼 천연의 몽돌은 맥반석 건조 마냥 오징어 건조에 좋은 열기를 제공해 주었다. 때로 높은 습도로 인해 덜 건조된 오징어의 곰팡이 발생을 우려해 오징어에게 선선히 안방을 내주었다. 이불을 덮어 놓거나 여름에도 방에 불을 지펴 적당한 건조 상태를 유지하였다. 비가 오는 날에는 불건조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울릉도만의 특별한 건조 과정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울릉도·독도 해역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오징어 생산지였으며, 또한 오징어는 울릉도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수산물이었다. 울릉군 군어 지정을 계기로 국가중요어업유산 등재노력을 통해 오징어의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울릉도하면 오징어이지만 오징어 홍보관 하나 없는 게 아쉽다. 오징어 생태특성부터 오징어 조업, 울릉도만의 특별한 건조 과정 그리고 중국 어선의 오징어 남획 피해 사례 등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오징어 누런창 찌개, 오징어 흰장 찌개와 함께 오징어 요리의 명품화 또한 필요하다. 지금 울릉도 어민들은 중국어선 오징어 남획, 풍랑특보 증가, 수온상승, 어업인 고령화, 울릉도 먼바다 어장 형성이라는 5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변화의 시대, 잡는 오징어에서 문화로서 오징어를 기르는 새로운 오징어 산업 발전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