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트라 러너다’

심재덕 지음·여름언덕 펴냄
에세이·1만5천원

이십 대 중반의 나이에 죽음을 거부하고 달리기 시작해 마라톤을 넘어 울트라 러닝까지 쉼 없이 달려온 세계 정상급 울트라 러너 심재덕(52) 씨가 최근 자신의 달리기 삶을 되돌아본 책 ‘나는 울트라 러너다’(여름언덕)를 펴냈다. 부제는 ‘한계는 내가 정한다’.

울트라 러닝은 달리기의 정점을 상징하는 마라톤을 넘어 인간의 한계와 더불어 삶 자체를 보여준다고 일컬어지는 운동이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에서 34년째 일하고 있는 현장 노동자다. 지난 1992년 숨을 쉬기가 어려워서 병원을 찾았다가 난치성 호흡기 질환인 기관지확장증 진단을 받고 난 뒤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삶이 바뀌었다.

사내 체육대회 우승에서 시작된 그의 달리기는 42.195킬로미터의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서브 스리(sub-3)를 대한민국 최초로 100회 달성했다. 지금은 무려 300회를 넘어섰다. 그동안 그의 달리기는 트레일 러닝과 울트라 러닝으로 계속 뻗어 나갔다.

심재덕은 미국의 MMT 100마일과 웨스턴 스테이츠 100, 일본의 하세쓰네 산악 마라톤 대회과 노베야마 고원 울트라 마라톤 대회, 프랑스의 UTMB, 이탈리아의 토르 데 지앙 등 세계적인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를 수없이 경험하며 우승과 분루를 번갈아 맛봤다.

그의 실력과 명성은 울트라 트레일 러닝의 저변이 넓고 역사가 깊은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더 빛난다. 싱가포르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카메라에 포착된, 결승선을 통과하는 환희에 찬 모습은 다음 해 같은 대회의 대표 홍보 이미지가 됐다. 일본 울트라 러너들의 성지라는 하세쓰네 산악 마라톤 대회에서는 마의 8시간 벽을 깨며 대회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노베야마 고원 울트라 마라톤에서도 유력 일본인 우승 후보들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2006년 미국 MMT 100마일 대회에서 당시 세계 최고의 울트라 러너인 칼 멜처를 제치고 이룬 우승은 그의 이력 중에서도 백미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뉴욕 타임스와 BBC에서는 멀리 거제까지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승리와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상을 입은 발을 질질 끌며 겨우 결승점을 통과했던 2006년 미국의 웨스턴 스테이츠 100도 있고, ‘다시는 울트라 같은 건 안 한다’며 마지막 구간에서 완주도 포기한 채 살아서 돌아가기만을 바랐던 2011년 이탈리아의 토르 데 지앙도 있다. 아쉬움 가득한 실패담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왜 사람들이 세속적인 대가도 없이 엄청난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며 울트라 러닝에 도전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여전히 우승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마지막 장인 ‘트레일 러닝의 맥’에서는 트레일 러닝을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 기본자세, 각종 장비, 영양 보충제 등을 별도로 정리해서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심재덕의 트레일 러닝 레슨인 셈이다. 여기서 말하는 여러 가지 정보는 스포츠 이론서가 아니라 저자의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에 어떤 과학적 논리보다 설득력 있다. 100km의 거리, 누적 고도 8천m라는 무시무시한 숫자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챔피언만의 노하우까지도 전수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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