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대수필가
윤영대
수필가

10월 달력을 자세히 보니 국경일 2개, 법정기념일 7개 외에도 많은 ‘~의 날’이 있는 문화의 달이다. 또 음력 9월9일 중양절(重陽節)도 있어 노란 국화꽃으로 화전도 부쳐 먹고 유자를 잘게 썰어 꿀물에 타서 화채를 만들어 마시기도 하는, 가을의 으뜸가는 상달이라는데 벌써 마지막 주일이다.

풀잎에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는 벌써 지났고, 하얀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을 맞고 보니 산과 계곡엔 울긋불긋 단풍이 절정이고 아름답게 활짝 핀 국화를 시샘하듯 들판엔 코스모스와 구절초의 무리가 한창 나풀댄다. 기러기 날아가는 황금 들판에는 농부들이 추수를 마무리하며 겨울 맞을 준비로 바쁘고 겨울잠을 자야 하는 벌레들은 숨어버린다. 이렇게 자연은 풍요롭고 알뜰한 계절을 베풀어 주는데 복잡한 정치벌판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무슨 씨를 뿌리는지 온갖 시끄러운 말과 행동이 어지럽다. ‘된서리가 내리면 온 천지가 깨끗해진다’는 말처럼 서리 내려 맑게 씻었으면 한다.

이번 10월은 날씨가 참 변덕이 심했다. 월초엔 30도를 웃도는 110년 만의 무더위가 덮치더니 곧이어 수도권에 113년 만의 가을 폭우가 내렸었고 또 보름도 지나기 전 중순엔 64년 만에 전국적으로 이른 한파 특보가 발령됐었다. 갑작스런 기록에 ‘가을이 사라졌다.’는 우려 섞인 말들도 나왔다. 경기 성남의 대장동이라는 조용한 마을에 택지개발 사업을 벌여 수천 배의 떼돈을 번 50억 클럽 얘기도 떠도는 것을 보니 기후위기와 함께 우리 사회도 위기가 온 탓일까 매우 걱정된다.

이제 반소매, 짧은 바지, 엷은 속옷 모두 벗어 빨아 넣고, 긴 옷에 두꺼운 옷을 꺼내입고 추워지는 계절에 대응하듯 우리 국민들도 정치계의 비바람에 진흙탕물 튀기지 않도록 맑은 마음으로 조심해 가야겠다.

시골집 대문간의 작은 감나무에는 주먹만한 홍시가 여남은 개나 열렸고 석류도 탐스럽게 입을 벌리는데 이른 아침 나가보면 그 밑자락엔 단풍잎이 떨어져 가을바람에 휩쓸려 다니고 겨울의 전령사 흰서리가 돌담 아래서 희끗거린다. 코로나 거리두기도 완화되어 다음 달이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어 모임이나 영업시간 제한도 풀리고 코로나와 같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니 반갑다. 국내외서 백신 여권 말이 나오자 벌써 자가격리가 없는 11월을 내다보며 해외여행의 주문도 늘고 있다고 해서 나도 쓸쩍 꿈을 꾸어본다.

문화의 달 10월엔 많은 축제가 몰려있다. 포항시도 스틸아트페스티벌, 거리예술축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문화도시로의 위상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였고 이제 그 축제들도 끝나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은 할로윈데이다. 어린이들은 큰 호박에 눈 코 입 등을 파서 괴물 마스크로 변장하고 장난도 치겠지만, 가족들과 차분한 마음으로 예술회관이랑 미술관 등으로 문화 나들이를 하는 것도 좋겠다.

10월의 마지막 날이 오면 즐겨 불러보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떠오른다. 가로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툇마루에 앉아 고구마 구워 국화주 한 잔 마시며 이 계절을 노래하고 싶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