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주자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한 사람은 능수능란한 언변과 순발력으로, 또 한 사람은 ‘1일 1실언’으로 곤욕을 치르는 후보다. 바로 여당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얘기다.

여당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번 주초 현직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대장동 개발특혜의혹과 관련,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아냈다. 이 지사는 특유의 달변으로 정면돌파를 시도, 일정부분 성공한 듯 보인다. 확신에 찬 말투와 안색으로 대장동 개발은 단군이래 공공이익을 최대로 공익환수한 모범사업이라는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청산유수처럼 매끄러운 말솜씨에 여유로운 얼굴 표정으로 야당 의원들을 농락했다. 대장동 개발을 주도하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당한 유동규가 측근 중의 측근임이 확연한데도 측근이 아니라고 잡아뗐다. 새로 제기된 조폭과의 연루설에 대해선 첨부한 돈 사진이 다른 데서 쓰였던 사진이니, 모두 헛소리라 치부했다. 푼돈으로 급조한 법인에 수천억원의 초과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빠진 계약서를 결재하고도 “환수논의가 있었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가 “초과이익 조항을 추가하자는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자신이 설계했다고 해놓고, 유동규가 구속되자 개인의 범행으로 몰고 관리책임을 인정하는 선에서 덮으려한다. 이미 과거 형수에게 쌍욕을 한 것은 욕 할만하니 했다고 넘어갔고, 여배우와의 염문설도 터무니없다고 잘랐다. 그의 화법은 나치시대 선동가인 요제프 괴벨스를 연상시킨다. 괴벨스는 “선동은 문장 한둘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대권주자 가운데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올해 정치판에 뛰어든 정치초년병이다. 토론회나 기자회견에서 말하는 걸 보면 아마추어티가 역력하다. 카메라만 보면 긴장돼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습관 하나 고치려 해도 잘 안된다. 잇따른 설화사건도 그렇다. 정치권 언어에 익숙하지 못한데다 비유를 들어 생각을 설명하려다 꼬투리 잡히는 일이 너무 잦다. 정치판에서는 앞뒤말 자르면 오해하기 쉬운 말들은 경쟁자들에게 공격의 빌미가 되지만 그걸 체득하고 실천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너무 짧았다. 억울하다 싶은 사안을 해명할 때 얼굴색이 붉게 달아오르고, 어떻게 대답해도 곤란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질문에도 굳이 대답하려 애쓴다. 구렁이 담넘듯 동문서답 하는 일이 없다. 너무 다른 두 후보를 견줘본다. 말을 잘하는 게 좋지만 자신의 허물을 가리는 데 쓰이니 오히려 감점이다. 귀는 움직이나 마음은 요지부동이다. 그러니 필자는 달변보다, 서툴게 더듬거리는 눌변(訥辯)에 더 마음이 가는 셈이다. 진솔한 마음에서 우러난 말이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다.

건곤일척의 선거에서 이기려면 표심을 얻어야 한다. 과연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얻을 지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