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
허공에 거적을 펴고
시를 써온 것이 몇 년인가
햇빛 오고 바람 불어 좋은 날
새로 핀 벚꽃
꽃눈보라 와작히 내리는데
내 눈에선 자꼬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이는 지상에 발을 대고
걸어가는 때문
죽는 날까지도 그러리라
시인이 거적을 펴는 허공은 백지 같은 공간이다. 백지는 비어 있지만 바탕이 실재해서 그곳에 시를 써넣을 수 있다. 그러나 허공은 지상의 현실이 아니다. 중력의 지배를 받는 지상은 마음대로 상상력을 따라 날아갈 수 없는 곳이다. 아름다우나 허망하게 지는 벚꽃이 지상과 허공 사이에서 살아가는 시인을 아프게 한다. 허공에 쓰는 시와 지상의 현실과의 낙차 때문에 시인은 눈물을 흘린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