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너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어제 백리향의 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

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

부드러운 모래로 갓 지어진 우리의 무덤을 낯선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

해변가의 따스한 자갈들, 해초들

입 벌린 조가비의 분홍빛 혀 속에 깊숙이 집어넣었던

하얀 발가락으로

우리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걷는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

수요일의 텅 빈 체육관, 홀로, 되돌아오는 쌘드백을 껴안고

노오란 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권투선수처럼

네가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지자 사랑과 윤리의 세계가 새로이 탄생한다. 그 윤리는 “나는 너의 잠을 지”키는 일로 나타나며, 사랑은 “조가비의 분홍빛 혀 속에” 발가락을 깊숙이 집어넣는다는 에로틱한 행위로 표현된다. 그 행위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걸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포옹”하는 행위로 전이되며, 그 포옹은 고독과 땀, 그리고 좌절 속에서 이루어진다. 진은영 시인에 따르면 이 과정이 ‘연애의 법칙’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