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2022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후보를 선출하느라 부산하다. 일찍이 공자는 정치는 발라야 한다고 설파했다.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정자정야(政者正也)’가 그것이다.

노나라 재상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묻자 공자가 대답한다.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선생이 백성을 올바르게 이끈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습니까.” 2천500년 전 공자의 말로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단순명쾌한 이치를 드러낸 것이다.

정치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통치행위이기에 정치인이 정도(正道)를 걸어야 함은 자명하다. 위정자가 정도를 걷는다면 그를 따르는 국민 역시 올바른 길을 걷게 된다. 따라서 정치가에게 필요한 첫 번째 덕목은 바른 인간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바르지 않고 거짓되며 사특한 사람은 정치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 대선정국에서 언론에 노출되는 예비후보들을 볼라치면 낯이 뜨거워진다. 비리와 부정과 의혹과 막말로 얼룩진 후보가 한둘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런 자들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이다. 왜 이런가?! 언론이 제 몫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확고한 반증이다. 언론이 자신에게 주어진 공론장을 통해 인물과 정책을 전혀 검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공정과 신속, 정확을 바탕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공적 기구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구독자 숫자에 함몰되어 공정과 정확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그 결과 정체가 모호한 수많은 1인 유튜버들과 혹세무민하는 인사들만 득세한 꼴이 되고 말았다. 언론이 오히려 그들에 편승하여 조회 숫자를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본연의 사명을 망각해버린 꼴이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은 국민총생산 세계 10위, 국방력 세계 6위의 경제-군사 강국이다. 여기에 문화의 힘까지 보태져 선진국 대열에 당당하게 들어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진국 모임인 G7 정상회담에 작년과 올해 연이어 초대받은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크고 중요하며 대단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데 나온 인물들의 면면은 적잖게 아쉽다.

미국과 중국의 사활을 건 패권 경쟁, 일본의 지속적인 우경화, 경색된 남북한 관계처럼 외교·안보 분야 역시 녹록지 않은 도전이다. 예비후보 가운데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내공을 쌓은 사람은 드물다. 세계 곳곳에서 한류 바람이 드세게 부는데, 정작 외교도 모르고, 경험도 없는 자들이 득세하는 형국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지금 국민은 특정 인물과 정당에 쏠려 있다. 확증편향에 기댄 집단적 선택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혜안은 늘 놀라웠다.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민족과 국가의 명운을 짊어질 지도자를 고르리라 믿는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우가 아니라, 최소한 돌고래 이상의 힘과 경륜을 갖춘 나라다. 그런 나라의 격에 맞는 대통령을 뽑는 것은 우리 모두의 시대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