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안효찬 개인전
15일까지 포항 오소갤러리
텅 빈 아파트 구조물 통해
인간의 탐욕·사회 모순 표현

안효찬 개인전 ‘희미한 구조’ 전경.

전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도유망한 청년 설치미술가 안효찬(32) 작가가 오는 15일까지 포항 오소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경북문화재단 육성지원 사업으로 여는 이번 전시는 안효찬 작가의 9번째 개인전으로 포항에서의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돼지를 소재로 복합적인 조각과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여온 안 작가는 ‘희미한 구조’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 아파트를 화두로 던진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수 요소인 아파트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욕망이라는 비물질적인 감각들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추상화된다. 전시 제목은 인간이 감각하는 경험의 추상적 성질을 미술 언어로 추적해온 작가의 관심사에서 비롯됐다.

‘희미한 구조’ 연작을 포함한 신작 20점의 작품에는 오늘날 현대 문명이 처한 현실적 상황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담겨 있다.

안효찬은 인간의 탐욕과 사회의 모순을 시각 언어로 표현한다.

‘희미한 구조-관람차’ 등의 조각 작품은 안 작가가 이상하는 유토피아적인 구조물을 현상화한 작품이다.

높이 2m에 달하는 하얀 표면을 가진 아크릴 점토 조각 ‘희미한 구조’ 연작은 아파트가 속이 텅 빈 상태로 뼈대만 앙상한 좌대 위에 불안히 서있을 뿐이다.

이전 작업이 어떤 상황들로 가득차 있어 시끌벅적한 풍경이었다면, 이번 신작은 고요한 침묵으로 가득하다. 이는 우리가 어떤 것을 욕망하게 만드는 원인과 그 과정에서 비롯되는 좌절로 인해 나타나는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감각하게 만든다. 결국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꿈꾸는 욕망의 본질에 대해 어떻게 이것을 인식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랄 수 있다.

허우중 평론가는 “내가 그의 아파트를 욕망으로 읽지만 누군가는 저 아파트에서 희망을 보는 것처럼, 숨 가쁜 일상에 치이면서도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매일을 채워나가는 것처럼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는 멀리 떨어진 남의 나라 정치가 아니라 가까이서 살 부딪히는 삶의 소리일 것”이라고 평했다.

2015년부터 대구와 가평, 중국 등지에서 레지던스를 활발히 진행해 온 안효찬 작가는 포항 출신으로 서울시청 시민청, 경기도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등 대형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경기창작센터,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 작가로 활동했다. 경북대 미술학과 조소전공을 졸업한 뒤 동 대학원을 수료했으며 대구문화예술회관 2019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됐다. 경기도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현재 포항에서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