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대통령선거 기상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DB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DB

내년 3·9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대권후보 경쟁이 뜨겁다. 대선 전초전격인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전이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남에 따라 야권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여권도 변화와 쇄신으로 민심을 돌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여야 잠룡들은 일제히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차기 대선 티켓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여론조사상 야권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권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지도 1위로 나타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대선 후보경선 결과는 아직 예측불허다.
 

범야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 질주

본격 후보 경선 결과 예측불허

□ 야권 대선 구도

야권의 대권주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하태경 의원 등이 꼽힌다. 야권 후보 가운데 지지도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3월 총장직에서 물러난 후 명망가들을 찾아 민심을 청취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101세 철학자 김형석 명예교수를 찾아 만난 것은 ‘정치를 해야할 이유’를 찾는 과정으로 이해됐고, 노동전문가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만난 것은 청년실업과 양극화 해소라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해결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행보로 읽혔다. 서울대반도체연구소 정덕균 석좌교수를 만나고, 블록체인과 코딩교육분야 2030 스타트업 창업가를 만난 것은 한국의 미래먹거리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경제행보로 보였다. 외교부 차관 출신 김성한 고려대 교수와 비핵화와 미중 갈등 등 하국의 외교문제해법을 놓고 토론한 것이나 현충일에 천안함 생존 전우회장을 만난 것 역시 2030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보훈행보였다. 그러나 최근 대권도전 선언이 임박한 시점에서 스텝이 꼬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19일 ‘윤석열 X파일’의혹을 두고 야권발(發) ‘불가론’이 나온 데 이어 하루 뒤인 20일 윤 전 총장이 처음 참모로 뽑은 이동훈 대변인이 갑자기 사퇴해 이같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선발 대변인의 사퇴로 6월말로 예정됐던 대권 도전선언도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권의 잠룡으로 꼽혀온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역시 조만간 대권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가족의 반대로 대권참여를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진 최 감사원장은 7월 초 감사원장직을 사퇴하고 대선 출마의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지난 3월 문재인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절차에 불법성이 있었다’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야권의 주목을 받았다. 최 원장은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경선흥행 카드로 안성맞춤이다. 경선 흥행은 지지세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대선에서도 유리하다. 최 원장은 개인적으로 아름다운 스토리도 있다. 고교 시절 장애인 친구를 업어 등교시키며 함께 서울대에 입학했고, 나란히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두 딸을 키우면서 두 아들을 입양해 키운 스토리도 있다. 또 하나의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 전 부총리는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세워 공익활동에 매진하며, 출마 선언시기를 가늠하는 중이다. 김 전 부총리는 첫 행보로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노숙인을 상대로 무료급식 봉사에 나섰다. 정치적 의도와 관계없는 행사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선 행보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 부총리로 임명됐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현금성 복지 지출의 급격한 증가 등을 포함한 ‘소득주도성장론’을 두고 청와대 및 친문(친문재인) 인사들과 대립한 끝에 사퇴했다. 김 전 부총리는 조만간 여권의 보편 복지·현금 지원에 반대해 온 자신의 주장을 담은 책을 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밖의 주자외에 당내 기존 주자들도 대선채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조만간 복당할 예정인 홍준표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자질 검증과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모두 통과 해야 한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0일 대구에서 청년 지지 모임인 ‘희망 22 동행 포럼’ 창립 포럼을 갖고, 이 자리에 진중권 전 교수를 초청해 ‘보수정치의 진정한 변화’란 제목의 기조연설을 듣고, 대담을 가졌다. 유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만이 해결할 수 있는 여러분의 일자리, 주택문제,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문제,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켜나가는 문제 등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문제 해결에 열정과 집착이 있다”면서 대권도전의 뜻을 확고히 했다. 유 전 의원은 조만간 경제철학 등을 담은 저서를 출간하고,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설 방침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최근 언론을 통해 “과학기술을 통한 ‘부국강병’으로 무너진 일자리와 ‘내 집 마련’의 희망을 복원하겠다”며 대권도전의지를 밝혔다. 원 지사는 현재 도지사로서 코로나19 방역을 온 힘을 집중하고 있지만 당이 대선 경선 버스를 띄울 8월께 정리된 국가 비전을 가지고 대선출마 선언을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가운데는 처음으로 부산 해운대갑 지역구의 3선 의원인 하태경 의원이 지난 1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과학과 지성이 몰상식과 괴담을 이기는 대한민국, 제가 대통령이 되어 만들고 싶은 나라”라고 포부를 밝혔다. 바야흐로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이 불붙기 시작했다.

□ 여권 대선 구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필두로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의 ‘빅3’에 이어,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양승조 충남도지사, 이광재·박용진·김두관 의원,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앞두고 있다. 문제는 경선일정을 두고 연기하자는 주장이 나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민주당 당헌에는 대선 선거일(내년 3월 9일) 전 180일까지 대통령 후보자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 역산하면 오는 9월 10일까지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오는 11월에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국민의힘보다 두 달 정도 빠른 일정이 된다. 경선 일정은 각 후보·캠프의 이해득실과 무관치 않다.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도 후발주자였던 박원순, 안희정, 이재명 후보는 연기를 주장했고, 1위였던 문재인 후보는 경선 연기를 반대했다. 현행 경선을 연기하자는 주자 측은 이 지사가 지지율 독주를 무기 삼아 논의 자체를 막는다고 공격하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이 국민과 당원의 참여를 독려해 축제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경선이 되기 어렵다는 논리다. 반면 규정대로 경선을 진행하자는 이 지사 측은 연기론을 추격 주자들이 이재명 대세론을 꺾기 위한 시간벌기용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연기가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경선 시점이나 방식보다는 인물과 콘텐츠 승부라는 얘기다. 그러나 어쨌든 본선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결국 이 지사가 통 크게 경선 연기를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우선 당 밖의 윤석열, 안철수, 홍준표, 김동연, 최재형 등이 국민의힘으로 모여드는 과정을 통해 야권이 주목받는 동안 민주당 후보는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4·7 재보선 당시 야권이 안철수-오세훈 단일화로 막판까지 컨벤션 효과를 올리며 승기를 잡은 사례도 있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경선 연기 문제에 대해 22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한 뒤 의총 결과를 토대로 경선 연기 여부를 지도부가 결정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지사는 지난 17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경기·경남 공동발전을 위한 정책연구와 정보공유에 합의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마디로 여권내 여론조사 1위라는 지위를 이용해 당내 친문인사들을 파고들며 세력확장에 나선 것이다. 또한 이 지사는 이해찬 전 대표의 ‘광장’을 확대개편한 전국조직 격인 ‘민주평화광장’을 결성, 조직정비에 나섰다. 이해찬계 조정식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았고, 이해찬계 인사들도 대거 합류해 이 지사 조직과 ‘광장’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낙연 전 대표도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후 자신의 대권 지지모임인 ‘신복지 포럼’조직을 크게 확충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일 경북 구미 구미코컨벤션센터에서 당 내외 주요 인사와 민주당원 2천22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가운데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신복지 경북포럼(이하 경북포럼)’출범식을 가졌다. 신복지포럼은 부산(5월 9일), 경남(5월 23일), 대구(6월 1일), 울산(6월 5일)에 이어 영남권에선 5번째,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6번째다. 상임대표는 강태호 전 동국대교수와 박경조 민주평통부의장, 배영애 김천지역위원장, 정우동 영천·청도지역위원장, 강부송 군위·의성·청송지역위원장, 김영태 전 상주·의성지역위원장이 맡았다. 정세균 총리도 자신의 지지조직인 ‘균형사다리 대구본부’ 발대식에 참석하기위해 대구를 찾는 등 지지조직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이 바람을 일으키며 지지율 3, 4위를 오르내리고 있고, 원조 친노(친 노무현)인 이광재·김두관 의원,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대권도전을 선언하고, 드라마틱한 반전승부를 노리고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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