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부는 지방도시의 이런 절박함보다는 과잉 유치전을 핑계로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에 명분을 찾는 모양새다. 지방 도시들이 왜 수도권을 제외하자고 건의를 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없이 너무 많은 도시가 유치를 희망하니 수도권에 건립하겠다는 이상한 논리에 빠져있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의 국토불균형의 문제가 국가적 이슈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153개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켰다. 정부는 2단계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검토하는 등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국가적 어젠다로 삼고 있다. 지금 지방에서는 매년 10만명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도시마다 공동화로 골머리를 앓는다.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39%인 89개 자치단체가 소멸위기에 봉착했다. 이 도시들은 인구가 증가하지 않으면 멀지 않은 장래에 도시 자체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산다. 수도권 초집중은 이미 많은 폐해를 낳으며 도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주거공간이 부족하고 교통체증 등의 문제로 고통받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정치, 경제, 문화 등 국가적 인프라는 여전히 수도권으로 집중된다.
이건희 미술관을 지방에 세울 수 있도록 공정한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영남권 시도지사의 건의는 단순히 문화적 불균형 해소 문제만 아니라 국토균형발전을 염원하는 간절함도 담겼다. 이건희 미술관 지방설립에 정부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