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치세의 경륜이란 나이에 비례하는 건 아니다. 삼국지의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 ‘함께 난세를 구하자’고 불러낸 제갈량도 당시 불과 27세였고,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를 정복한 것도 30세 이전이었다. 싯다르타는 서른다섯에 득도를 하였고, 예수가 인류를 구원할 경륜을 펼친 것도 삼십대 초반이었다. 중국 위나라의 왕필(王弼)이란 천재는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가장 심오하고 난해하다는 ‘도덕경’과 ‘주역’의 주(注)와 약례를 써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와 덕성이 향상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분별이 흐려지고 완고해지는 사람도 적지가 않다.

서른여섯 살의 정치인이 제일 야당의 대표로 선출되어 정치판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 나이에 국회의원 백 명이 넘는 당의 대표가 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고 다른 나라에도 없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도 한번 못 해본 젊은이가 당 대표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기는 하나 삼십대 중반이란 나이가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미심쩍은 것은 그의 나이가 아니라 과연 이 난국을 수월하게 헤쳐나갈 역량과 품성을 갖추었는가 하는 것이다. 당원이 아닌 일반인 여론조사에서는 압도적인 다수가 그를 지지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왜 대다수 국민들이 당 대표의 경력이 있는 다선의 후보들보다 제일 나이가 어리고 낙선한 경력 밖에 없는 그에게 지지를 보냈는가를 알아야 앞으로 당 운영의 방향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

이준석을 선택한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 때문일 것이다. 3류 정치에 식상하고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소위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를 탄생시켰지만 새로움은커녕 구태의연에다 한 술을 더 떠서 오만불손, 파렴치, 무능에 사악하기까지 한 정권에 실망과 낙담을 한 국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당대표 수락연설에서도 밝혔듯이 그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권교체다. 야권을 규합하고 가장 역량 있는 후보를 선출하여 내년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 제일야당 대표로서의 역할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잡음과 균열을 어떻게 봉합하고 통일시키는가에 자신과 당의 정치적 성패는 물론 나라의 명운도 달려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당대표로서 이준석의 행보는 전철과 자전거로 출근하는 모습에서 보듯이 일단 젊은이답게 신선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인습이나 타성에 얽매이지 않는 발랄하고 당돌한 태도도 새로움의 한 요소가 될 것이다. 다만 경쾌함이 경박함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고, 당돌함이 치기나 무례에 머물러서도 안 될 것이다. 젊다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열려있다는 것이고, 사람의 그릇은 얼마나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마음과 생각을 열어놓고 편견이나 아집이 없이 얼마나 다양한 정보를 수용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가는 이제부터 두고 볼 일이다. 정치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기왕 젊은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여망을 동력으로 삼아 당을 쇄신하고 야권을 통합하여 새로운 정치로 불어가는 새바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