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으로 출범한 도체육회
첫 핵심행사서 우려 목소리 일어
도민은 대회 개최 여부 조차 몰라
종목별시상에 시군 경쟁은 시들
코로나 탓 경기장 분위기는 썰렁
홍보·흥미·흥행 등서 큰 아쉬움

“경북도민체전? 잘 모르겠는데요.”

이달부터 경북도 내 각 시·군에서 분산 개최되고 있는 경북도민체전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법인 출범식과 함께 홀로서기에 나선 경북도체육회를 비롯해 신분을 바꾼 23개 시·군체육회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된다.

제59회 경북도민체전은 지난 5일 영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태권도 종목을 시작으로 오는 9월까지 4개월 동안 경북도 내 곳곳에서 열린다. 23개 시·군 1만2천여명의 선수들이 도민체전에 참가해 28개 종목에서 열띤 경쟁을 벌인다. 첫 주에는 태권도와 볼링 등 5개 종목이 각각 영천과 상주, 연주, 안동 등지에서 치러졌고, 2주차인 지난 13일부터는 유도·테니스·핸드볼·궁도·농구 종목이 각각 안동과 상주, 영천, 경산, 김천에서 진행되고 있다. 내달에는 복싱과 육상 등 8개 종목, 오는 8월에는 배구와 역도, 수영 등 4개 종목에 대한 대회가 예정돼 있다. 레슬링과 자전거, 골프, 배드민턴 종목의 일정은 미정 상태다.

각 지역을 대표해 올해 도민체전에 출전한 선수들은 벌써부터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지난 14일 문경시 축구단은 도민체전 참가 이래 최초로 종합우승을 거머쥐는 이변을 토했고, 영천시 태권도단은 도민체전 개최와 함께 가장 먼저 진행된 종목에서 시부 우승을 차지,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올해 경북도민체전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취소됐던 체육계 대표 행사가 재개됐다는 회복과 극복의 상징성을 담고 있다. 또 전국 시도 중에서 경북이 가장 빠른 시기에 도민체전을 연 상황까지 비춰봤을 때 그 의미가 다른 해의 그것들과 많이 다르다.

그러나 대회의 흥행 부분에서는 낙제점 수준이다. 많은 시민은 경북도민체전의 개최 여부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직장인 박모(35)씨는 “도민체전이나 이런 큰 행사를 할 때는 당연히 현수막이나 홍보팸플릿 같은 게 주변에 많이 보이는데, 이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올해도 코로나19 때문에 안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공무원 정모씨 역시 “각 지방자치단체를 홍보하고 스포츠붐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체육행사인데, 시민들은 커녕 공무원조차 모른다니 도민체전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면서 “경기 중계 등을 통해서라도 고생한 선수들의 기량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대회가 치러지는 현장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올해 경북도민체전의 경우 기존의 종합점수제가 아닌, 종목별 시상만 이뤄진다. 종목별 1위에 10점, 2위에 9점 등 차례로 점수를 주는 게 아니라 각 종목의 우승과 준우승 등만 가리는 식이다. 이전처럼 각 종목과 분류별로 획득 가능한 예상 점수를 계산하는 등의 경기 외적인 치열한 두뇌싸움이 없다. 이 때문에 각 시·군에서도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뿐더러, 현장에 있는 체육인들도 흥미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방역에 초첨을 두다보니 자연스레 경기장을 찾는 인원도 실제 경기 참가 인원을 제외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경북도 내 한 시·군체육회 관계자는 “모든 경기장마다 분위기가 사실 썰렁하다”고 귀띔했다.

시선은 올해 사단법인으로 출범, 독립을 선언한 경상북도체육회로 향한다. 지난해 12월 8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경북도라는 거대한 행정기관의 산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작했고, 법인이 된 첫해에 치러진 연중 핵심 행사가 흥행몰이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단법인 경북도도체육회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의구심만 짙어지고 있다. 이제는 관변단체가 아닌, 오롯이 체육인들을 위한 단체로 앞장서가야 할 도체육회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체육계 인사들은 물론, 300만 도민들의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경상북도체육회 관계자는 “작년에도 도민체전을 개최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체육인들의 경기력 향상, 학생들의 진학 문제, 그리고 올해 구미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 대비 등 여러 목적을 위해 개최하게 됐다”면서 “개최 이전에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럼에도 체육인들의 경기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도민 여러분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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