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죽도시장 상인들 한숨만
20년째 난전 운영 60대 여성
“코로나로 매출 반 토막 났는데
먹고살기 더 힘들어졌다” 한탄
경북동해안 어민들도
“삶의 터전 박살난다”며
원전 오염수 방류 日 결정 규탄

22일 오전 경북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인 포항죽도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을 발표하면서 경북동해안지역의 어업인과 수산물 취급 상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산 수산물도 방사능에 오염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수산물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오전 경북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인 포항죽도시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했다. 일부 상인이 “대박 세일”을 외치며 손님 잡기에 나섰지만, 시민들은 해산물에 잠시 눈길만 줄 뿐 이내 시선을 거두고 걸음을 재촉했다. 한쪽에서는 손님이 길이 50㎝가 넘는 갈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거 일본산 아니에요? 왜 이렇게 커요?”라고 묻자, 상인은 “아니에요. 제주산 은갈치에요”라며 강하게 부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죽도시장에서 20년째 난전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여성 상인은 “최근에 부쩍 원산지를 의심하며 따지는 손님이 많아졌는데, 질 좋은 국산 해산물을 모두 일본산으로 전락시키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반 토막 났는데, 거기다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소식까지 겹치면서 수입이 더 줄어들어 먹고살기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경북지역의 어민들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단단히 뿔이 난 상태였다.

15년차 대게잡이 어선 선주 이모(59·영덕군 축산면) 씨는 “일본에서 버린 물이 돌고 돌아서 결국 동해로 흘러들어오는 거 아니냐”며 “일본이 발암물질인 ‘삼중수소’를 방류기준치 이하로 희석하고 방사성 물질은 재정화해서 바다로 보내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자신의 국가 이익만 따지고 주변 국가의 안전은 생각하지 않는 아주 이기적이고 못 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이 끝내 오염수를 버린다면 수많은 우리 어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 버린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2일 경북도와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역 내 어업인 수는 5천519명이다. 수산물 어획 생산량은 9만2천126t, 금액으로 따지면 5천956억원에 달한다. 특히 포항은 전국 과메기 생산량의 90%, 대게 생산량의 57%, 문어 생산량의 23%로 연간 수산물 위판금액이 2천억원에 이른다. 또 죽도시장은 횟집이나 수산물 유통·가공 종사자 3만여 명이 일하는 곳으로 연간 약 1조원 규모의 수산물이 유통되고 있다. 일본이 바다에 원전 오염수를 배출할 경우 태평양을 접하는 경북동해안의 수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양수산부 홈페이지 ‘원산지위반업체 공표’ 배너에 원산지 허위 표시와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도내 얌체업소 8곳이 공개되면서,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 업소 중에는 일본산 방어와 참돔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음식점도 있었다.

포항에 사는 주부 최모(33·여) 씨는 “원래 일본산 수산물은 먹지 않았지만, 횟집에서 원산지를 속이고 파는 경우도 있어 해산물을 먹는 게 더 꺼려졌다”며 “혹시나 국내산 수산물도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을까 걱정돼, 될 수 있으면 생선 섭취를 줄이고 다른 음식에서 영양분을 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정침귀 사무국장은 “일본이 ‘물에 희석하겠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르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염수를 배출하려고 내세우는 명분일 뿐이다”며 “장시간 방사능이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니면서 수산물과 우리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고, 그 피해가 감히 얼마나 될지 상상 조차할 수 없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은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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