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지사 사실상 유보 시사
“찬성 여론 압도적이어야 가능
당장 추진보다 중장기 과제로”
공론화위 내달 최종 방침 발표
전문가들 “관주도에 반발 확산
불씨 다시 살리기도 쉽지 않아”

2022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추진해온 대구시·경북도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민들의 여론 호응도가 낮은데다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이 강하게 확산됨에 따라 행정통합추진이 사실상 중단되고 중장기 과제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통합체제 출범 시한을 정해놓고 급하게 추진하다 시민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0일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당장 대구와 경북을 통합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선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며 행정통합의 무산을 시사했다.

이 지사는 이어 “행정통합 추진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조금 높았으나 실질적으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야만 가능하다”며 현재 상황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국회의원들도 대통령 선거 등을 고려해 행정통합을 장기과제로 하자는 이야기를 했고 여론조사에서도 중장기 과제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미래는 반드시 통합으로 가야 하나 지금은 이를 위한 전초전으로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서 중장기적으로 행정통합을 준비하자”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대구·경북 성인 남녀 1천 명을 상대로 2차 여론조사를 한 결과 행정통합 추진 시점에 대해 63.7%가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중장기 과제로 진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2022년 7월에 행정통합(통합자치단체장 선출)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18.3%에 그쳤다.

시와 도는 애초 2022년 지방선거에서 1명의 통합자치단체장을 뽑아 7월 통합자치단체를 출범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저조한 관심과 반발 여론에 장기과제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제기됐다.

공론화위는 오는 23일 전체 위원 워크숍을 열어 행정통합 기본계획, 특별법, 종합검토 의견을 논의·의결하고 29일 시·도지사에게 최종 의견을 제출한다. 시·도지사는 최종 의견을 근거로 다음 달 초 최종 방침을 발표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당장 행정통합을 할 수 없는 만큼 대구와 경북이 점진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 초에 구체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019년 말 행정통합 의지를 강하게 밝힌 뒤 지역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시·도는 지난해 1월 대구경북연구원에 행정통합 연구단을 발족하고 5월에 행정통합 연구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추진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시·도민 의견 수렴 없이 행정체계 개편안 등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내놓자 주민 중심의 통합 추진이 아닌 관 주도의 하향식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뒤늦게 시·도민 공감대 확산에 나섰으나 통합안과 일방 추진에 대한 반발은 확산했다.

이에 시·도는 9월에 뒤늦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했다. 올해 들어서는 시·도민 온라인 토론회(1월), 행정통합 기본계획 초안 발표(3월)와 이를 토대로 한 권역별 토론회를 하며 공감대 확산에 안간힘을 썼으나 시·도민참여율과 관심은 극히 저조했다. 특히 경북 북부권과 대구시의회 등 곳곳에서 행정통합과 일방 추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공론화위가 시·도민에게 내용을 충분히 알리고 의견을 더 듣기 위해 공론화 일정까지 연장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급기야 대립 심화 등을 우려해 당초 계획한 핵심 논의의 장인 숙의 토론조사를 생략하기도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행정통합 추진 일정을 계속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혀 사실상 중장기 과제로 넘어가게 됐지만, 내년 지방선거 이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더라도 한 번 실패한 전례가 있는 만큼 다시 동력을 살리기는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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